62세 할머니 수능 도전 "김치박사 되겠다"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0분


한쪽 다리가 불편한 62세 중소기업체 여사장이 7일 치러지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다.

울산 남구 신정3동에 있는 택배회사 ㈜조양통상 대표 송순동(宋順童)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한 뒤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송씨는 이런 한을 풀고 김치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번 대학수능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송씨는 99년 고입 검정고시와 올 8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이번 수능시험에 도전하게 됐다.

“방금 외운 것을 금방 잊어버려 애를 먹었다”는 송씨는 “볼펜 한 자루로 이틀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연습장에다 글을 써가며 암기했으며 3개월 전부터는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송씨의 꿈은 ‘김치 박사’가 돼 우리나라 김치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김치학과가 개설돼 있는 청주 국립과학대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을 하면서 세계 각국을 다녀보니 일본이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를 자기네 음식인양 직접 만들어 수출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는 게 송씨의 학과 선택 이유.

경기 개성 출신인 송씨는 부산에서 피란살이를 하다 81년 울산으로 이사와 고생 끝에 지금은 직원 15명의 택배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 관절염을 앓아 지금도 한쪽 다리를 절고 있는 3급 지체장애인.

“결혼한 두 아들이 벌써 대학 입학 등록금을 준비해 놓았을 정도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송씨는 “공부를 해보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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