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10억 재산 사회환원 故 문복남 할머니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27분


문복남씨(왼쪽에서 세번째). 문씨의 남편 김형호씨(오른쪽에서 두번째)
문복남씨(왼쪽에서 세번째). 문씨의
남편 김형호씨(오른쪽에서 두번째)
60대 여성이 평생을 아껴 모은 1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한 후 숨졌다.

대한적십자사는 11일 오전 당뇨와 신장병으로 별세한 문복남(文福男·63·여)씨가 이달 초 적십자사에 시가 10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증했다고 이날 밝혔다.

적십자사는 문씨가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해 달라며 기증했다고 말했다. 특히 암 치료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 문씨의 남편 김형호(金炯鎬·78·서울 강북구 번1동)씨도 아내의 재산 기증 결정에 선뜻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의 선행은 3일 열린 기증식에서 문씨가 “내가 죽기 전까지는 기증 사실을 숨겨달라”며 간곡히 부탁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문씨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장학회를 설립한 것을 비롯, 지체장애아들을 자신의 집에서 직접 돌보며 결혼까지 시켜주는 등 20여년간 소리없이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문씨의 둘째 아들 김동규(金東圭·35·사업)씨는 “어머니는 늘 버스만 타고 다니시며 절약한 돈으로 이웃을 돕는 등 2남5녀의 자식들에게 말씀보다는 행동으로 ‘이웃사랑’의 길을 보여주셨다”며 “부모님의 뜻을 조금이라도 따르자고 형제들끼리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2-760-2035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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