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유언 남긴 강파도예 설립자 故김종희 선생

  • 입력 2001년 1월 5일 18시 42분


‘죽음을 알리지 말고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르라. 봉분은 동물이 다니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라. 상복은 입지 말고 옷에 상장(喪章)만 달아라.’

경남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의 강파도예(江波陶藝) 설립자인 고 김종희(金鍾禧)선생. 80세를 일기로 지난해 12월15일 작고한 그는 자신이 죽은 뒤의 장례절차 등을 일일이 자식들에게 주문하는 편지지 석장 분량의 이색 유서를 남겼다. 그의 유언 내용은 뒤늦게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또 석물(石物)은 세우지 말고 비석에 ‘故 金鍾禧 之墓’라고만 새긴 뒤 눕혀달라고 했다. 그의 유언은 세상을 떠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고 죽어서도 무덤이 야생동물 등에게 불편을 줄 것을 염려한 자연친화적 예술정신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선생의 장남으로 강파도예를 꾸려가고 있는 일(一·54)씨는 “아버님의 유언을 충실히 따라 장례를 치렀다”며 “과거 4남매를 결혼시킬 때도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1921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33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자기공장에 근무하다 해방 직후 귀국했으며 63년 강파도예를 세우고 도예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영남대 강사와 계명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합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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