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앞 '러브호텔' 단지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58분


경기 고양시의 일산신도시 대화동에는 학교와 주택가 바로 옆에 환락가를 방불케 하는 이른바 ‘러브호텔’ 단지가 들어섰다. 주민들은 이에 항의해 고양시청과 교육청에 몰려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고 무더기로 호텔을 허가한 행정당국의 회의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일반 숙박시설과 러브호텔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택가에 인접한 지역이니 만큼 어디까지나 주민들의 정서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이 일대에 들어선 10여개의 집단 숙박시설은 특히 휘황찬란한 외장 등으로 불야성을 이룬 환락가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러브호텔’이 주택가나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유흥가나 한적한 교외에 세워졌더라면 누구에게도 시비하거나 막을 권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호텔들이 들어선 곳은 상업지역이라고는 하지만 녹지 등 완충 공간도 없이 아파트 단지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대규모 국제회의장 물류센터 등이 들어설 일산 신도시에 출장자와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 증설이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숙박시설이 꼭 학교와 아파트단지 옆이 아니면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는 호텔 여관 여인숙 등 숙박업소를 원칙적으로 세우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해줄 수 있다.

고양시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는 10여개의 숙박시설이 밀집한 ‘러브호텔’ 단지가 청소년 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어떻게 내릴 수 있었는지 저간의 사정이 궁금하다.

최종 허가권을 가진 황교선 고양시장은 주민 항의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러브호텔 건립을 억제하고 있으나 적법한 요건을 갖춘 숙박시설 허가신청을 해주지 않으면 소송을 당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교 경계선 200m 이내의 호텔 단지에 적법성을 부여해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는 바로 고양시청 공무원도 참여했다.

고양시교육청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고양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고양시교육청은 호텔 허가에 대해 찬성의사를 표시한 사람들의 피해가 우려돼 회의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직무에 따른 적법한 발언이었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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