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터뷰]로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장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38분


《미국 현대미술의 서부 거점인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의 데이비드 로스 관장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계 미국작가 초청 전시회인 ‘코리아메리카코리아(KOREAMERICAKOREA)’전의 기획을 맡아 최근 내한했다. 로스관장은 보스턴의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관장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장을 지낸 바 있는 미국의 대표적 현대미술 큐레이터. 그를 만나 미국 현대 미술의 경향과 디지털 시대 미술의 장래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미국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은 무엇인가.

“과도기지만 전체적으로는 ‘후기 개념주의’에 속한다. 작가들이 형식보다는 내용 중시로 변하는 경향이 있으며 건조하고 아카데믹한 개념주의적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정도다. 다만 예술작품이 ‘의사소통의 매개’라는 철학적 인식 아래, 전통적으로 다뤄온 주제를 새롭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미술은 설치 비디오아트 또는 장르 퓨전에 의해 점령당한 것 같다. 정통 미술인 회화의 장래와 미술의 미래는….

▼디지털시대에도 회화는 영원▼

“회화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또 현재 중요한 작가의 상당수가 회화작가이다. 회화를 그리는 동기는 변할 수 있지만 회화란 양식은 영원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흐름은 매스미디어를 사용한 것으로 전통적 관점에서는 조각의 범주에 속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넷베이스(Netbase) 작품이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 SFMOMA가 주최한 작품전에서도 공동으로 온라인상에서 작품을 만든 벨기에와 미국의 두 작가에게 최고상이 주어졌다.”

―디지털은 ‘원본의 무한 복제’가 가능하며 원하는 모든 미술작품을 언제고 집으로 가져다 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미술의 저작권 개념과 미술관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위대한 예술가 백남준은 30년전에 이미 작가가 직접 집에 있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관람객이 대가를 지불하는 시스템과 작가와 관람객이 쌍방향으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의 등장을 예측한 바 있고 지금 그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작가는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도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 때 당장은 시장에서 거부감이 일어나지만 결국 관람객들은 따라올 것이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온라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추적시스템(Tracking System)이 마련돼야 한다. 미술관은 전통적인 역할 즉, 예술교육을 하고 작품을 보존하는 기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작품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SFMOMA는 5년째 인터넷 웹사이트상의 디지털 파일을 수집하고 있다. ”

-최근 미국의 미술전문지 아트 뉴스 등에서 미국작가의 그림값이 유럽대가의 그림값을 앞서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별히 미국작가의 작품가격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 경제호황으로 축적된 부가 미술작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있다. 이런 점에서 80년대 일본 수집가의 상황과 현재 미국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최고의 작품은 미국 것이든, 일본 것이든, 한국 것이든 상관없이 항상 천문학적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SFMOMA는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된 조작작품 하나를 2만5000달러에 사들였는데 이 작품은 현재 80만달러를 홋가하고 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 영국의 루시안 프로이드 등의 작품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수집가들이 현대미술작품을 보는 시각도 바뀌고 있어 현대 작가들의 작품가도 계속 올라갈 것이다.”

▼한국작가중 이불 주목할만▼

―10번째 한국방문인데 한국미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

“SFMOMA는 한국화가 작품 6∼7점을 소장하고 있다. 90년대초 한국작가들이 프랑스 파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지금은 보다 코스모폴리탄적이다. 주목할만한 작가로 이불을 꼽을 수 있다. 한 작품을 보고 그를 알만 하다 싶으면 다음 작품이 또 새로운 면모를 보여 다시 놀라게 된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큐레이터가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는 없다. 굳이 조언을 한다면 여행을 많이 다닐 것, 세계 각지의 유명박물관을 빠짐없이 찾아가 볼 것, 시간나는대로 인터넷을 통해 동시대 작가의 새로운 흐름과 성향을 살펴볼 것 등을 말하고 싶다.”

(데이비드 관장의 이메일 연락처〓daross@sfmoma.org)

<오명철·송평인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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