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최재만씨 가석방]"버림받은 사람 돌보고싶다"

  • 입력 2000년 5월 10일 19시 45분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은 모두 잊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강도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기로 감형돼 20년간 복역한 최재만(崔在萬·48)씨가 석탄일을 맞아 10일 충남 천안개방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원로시인 구상(具常·82)씨의 의아들인 최씨는 교도소를 나서면서 “이제 공소시효도 지났으니 진범이 스스로 나타나 우리 사회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도와준 모든 분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며 “특히 홀로 된 사람과 버림받은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교도소 입구에는 최씨 석방운동을 벌여온 박삼중(朴三中)스님과 일본에서 야쿠자를 살해한 죄로 복역하다 석방돼 영구 귀국한 권희로(權禧老·72)씨, 최씨의 가족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구상시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81년 경기 시흥시 농협청계분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구상시인과 의부자 관계를 맺었다.

<천안〓이기진기자> 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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