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함 속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예년같으면 가까운 이들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책상위에 하나 둘 쌓여갈 때인데 올해는 뜸한 편이다. 세모가 다가오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다 대통령선거 열기가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을 알리는 카드 대신에 송년회 모임 취소를 알리는 엽서들이 가끔 날아온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절약하고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일면서 연하장까지도 외화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낡은 풍습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기업체들이 대량으로 보내는 카드 중에는 뜯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버리는 것들도 많다. 우표값과 발송 및 배달작업에 든 인력을 따져보면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몇해 전부터 「연하장을 보내지 않으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는 신문광고를 내고 연하장을 보내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말 우편물 한통을 만드는 데 드는 종이는 평균 10g. 환경부와 정보통신부는 카드와 연하장을 제작하기 위해 80만달러 어치의 펄프를 수입해야 한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펄프를 이만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년생 나무 1만2천여그루를 베어내야 한다. 여기에 연말 우편물로 발생한 쓰레기 1천5백t을 치우는 비용이 12억원에 이른다.
▼국내 최대 문구류 판매업체인 교보문보장은 올해 카드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30∼5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중장년 세대는 연하장 구입비용을 줄이고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전자 연하장이 유행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우표값도 들이지 않고 몇초만에 그림과 음악을 곁들인 전자 연하장을 만들어 세계 어디로든 보낼 수 있다. 환경운동과 인터넷 바람으로 종이 연하장은 머지않아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