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동화 ‘아웃’”…바르셀로나 학교, 책 퇴출 검토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9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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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도서관 책 200여권 없앤 학교 결정 이은 움직임
“사회서 젠더 이슈 떠오르지만…동화엔 반영 안 돼”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 학교들이 교내 도서관에서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인 동화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바르셀로나 자치정부인 카탈루냐정부가 운영하는 타버 학교도 ‘빨간 모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의 동화를 유아 도서관에서 퇴출했다. 성 고정관념을 담은 이 책들이 6세 이하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역할 등을 검토한 단체는 장서의 30%에 해당하는 200여권이 매우 성차별적이고 강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여러 책들에도 성 고정관념이 담겨 있었으나 전부 제거할 순 없었기에 계속 소장하기로 했다.

검토위원회 소속 한 학부모는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에 “사회는 변하고 있고 갈수록 젠더(gender·성) 이슈를 중요하게 다룬다. 하지만 동화에는 이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어린 시절에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때문에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동화에서는 여자보다 남자 주인공이 훨씬 더 많았고 이들은 성 역할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남자 주인공은 주로 악당과 싸우고 곤경에 처한 이를 돕는 용감한 영웅인 반면 여자 주인공은 구조를 기다리는 공주로 아름다움, 모성애, 보살핌, 사랑 등의 이미지와 연결됐다.

엘 파이스는 타버 학교에 이어 바르셀로나 다른 학교들도 도서관 장서 내용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몬트세니 학교는 성차별적 도서를 퇴출했고, 포르트 피엥 학교 학부모위원회는 책 검토를 위한 성평등 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 회장은 “아이들이 읽는 책은 매우 중요하다. 고전 동화들은 성 고정관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이를 깨는 책들을 갖는 건 좋다”며 “5살 아이들은 이미 성역할을 확립했다. 그들은 소년·소녀의 의미를 안다. 그렇기에 유아 단계부터 성인지적 관점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성차별적 동화 퇴출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고 라 반가르디아는 전했다. 바르셀로나 한 도서관 사서는 “고전에는 그것만의 가치가 있다. 검열은 언제나 위험하다”며 “다음(검열대상)은 무엇이 될까? 인종차별적이라며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금지될까? 마초적인 오셀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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