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무일 또 비판… “자치경찰제부터 하면 수사권조정 늦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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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공방… 전면전 재연 우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수사권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태도지만, 조직의 명운이 걸린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벌어졌던 청와대와 검찰의 전면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30일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수사권 조정이 결정돼야 한다는 문 총장의 전날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문 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주도하는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법률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치경찰제 도입 뒤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총장이 말한 자치경찰제는) 중앙수사권, 중앙 경찰의 기능을 다 없애고 기초지방(시군구) 경찰에 권력을 주는 형태인데 그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문 총장의 발언 맥락을 보면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기초자치단체까지 시행된 이후에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사권 조정 문제는 올해부터 하고, 자치경찰제는 단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치경찰제는 순차적으로 시행할 문제지만, 수사권 조정만큼은 당장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연이틀 직접 나서 검찰총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검찰 개혁의 핵심인 수사권 조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 “집중된 권한 때문에 ‘무소불위의 검찰’이 되었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 검찰도 등장했다.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분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변호사로 활동했던 문 대통령은 현행 검찰의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며 “이 문제만큼은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 수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외적으로는 검찰의 중립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검찰에 책잡힐 빌미를 아예 주지 않겠다”는 뜻도 깔려 있다. 청와대는 집권 2년 차인 올해 반드시 수사권 조정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청와대는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검찰이 소외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 총장 사이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검찰 패싱’ 논란을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그 책임을 박 장관에게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진짜 수사권 조정을 관철시킬 뜻이 있다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문 총장과도 대화를 나눴어야 한다”며 “청와대가 윽박지르듯이 검찰을 대하면서 갈등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문무일#자치경찰제#검경수사권#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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