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폰에서 써본 iOS 11 개발자 버전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6월 21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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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WWDC에서도 애플은 여지없이 새로운 iOS를 공개했다. 벌써 11번째 버전이다. 정식 버전은 가을에 나오고, 현재는 개발자 버전을 배포한 상태다. 가급적 개발자 버전은 설치하지 않는다. 정식 버전이 아닌 탓에 버그가 많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뭐에 홀린 듯 iOS 11 개발자 버전을 설치했다.

이번 iOS 11은 아이패드에 비해 아이폰 변화는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사소한 개선은 여럿 이루어졌다. 굵직한 기능 추가도 좋지만, 자주 쓰는 기능 개선으로 사용자에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은 더 많아 보인다.

▲ WWDC에서 iOS 11을 발표하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출처=IT동아)
▲ WWDC에서 iOS 11을 발표하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출처=IT동아)

그 변화에 있어 가장 환영하는 부분은 '제어 센터' 개선이다. 제어 센터는 iOS 7에서 처음 도입되었지만, iOS 10에서 새롭게 디자인된 바 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iOS 10의 제어 센터는 상당히 불편했다. 아무리 애플이라도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을 선보이곤 하는데, 그 중이 하나가 iOS 10의 제어 센터였다.

제어 센터는 화면 아래 바깥쪽에서 위로 손가락을 튕기면 올라오는데, iOS 10에서는 이렇게 불러온 제어 센터에서 음악 제어를 하려면, 옆으로 다시 화면을 넘겨야 한다.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인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꽤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iOS 11에서는 한 화면에 제어 센터 기능을 모두 모아 놓아 다른 화면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기능을 넣거나 뺄 수 있어 원하는 기능만 제어 센터에 모아 놓을 수 있다. 원하는 기능을 꾹 누르면 전체 화면이 되면서 좀 더 세부적인 제어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제어 센터 디자인이 애플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위젯, 알림을 보고 있노라면, 기존 제어 센터 디자인이 더 생뚱맞아 보인다. 분명한 건 iOS 11의 제어 센터는 가장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 iOS 11의 바뀐 제어 센터(출처=IT동아)
▲ iOS 11의 바뀐 제어 센터(출처=IT동아)

제어 센터 변화와 함께 반가운 부분 중의 하나가 전화 앱에서 다이얼 숫자를 삭제하는 버튼 위치 변경이다. 애플은 iOS 7에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한 바 있다. 이때 전화 앱에서 다이얼 숫자를 잘못 눌렀을 때 삭제하는 버튼을 우측 하단에서 상단으로 이동한 바 있다. 문제는 4인치 화면 크기의 아이폰 SE에서도 한 손으로는 삭제 버튼을 누르기가 무척 버겁다는 점이다. 손에 웬만큼 크지 않는 이상 엄지손가락이 안 닿는다.

▲ 숫자 삭제 버튼이 우측 하단으로 내려왔다(출처=IT동아)
▲ 숫자 삭제 버튼이 우측 하단으로 내려왔다(출처=IT동아)

매년 새로운 버전의 iOS가 나올 때 마다 확인한 것이 삭제 버튼의 위치인데, 드디어 4년 만에 오른쪽 아래로 내려왔다. 매년 불평을 해야 했는데, 앞으로 이것에 대해 불평할 일은 없어졌다.

이외에도 아이메시지에서 앱 사용을 좀 더 편하게 디자인을 바꾸었으며, 앱 스토어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방대해진 앱들 속에서 좋은 앱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패드에서 강조했던 '파일(Files)' 앱은 아이폰에서도 쓸 수 있다. 사실 파일은 새로운 앱은 아니다. 기존에 있던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앱을 조금 손보고, 좀 더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

하지만 쓰임새는 완전히 달라졌다. iOS에서는 웹브라우저에서 다양한 파일을 내려받아 저장할 방법이 없었는데, iOS 11에서는 파일 내의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로 저장할 수 있다. 이렇게 저장한 파일은 메일 앱을 통해 첨부 파일로 전송이 된다. 지금까지 iOS는 다양한 종류의 파일을 아이폰에 내려받을 방법이 없었는데, 비로소 그 방법이 생긴 것이다.

▲ 파일 앱의 등장으로 iOS에서도 다양한 파일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출처=IT동아)
▲ 파일 앱의 등장으로 iOS에서도 다양한 파일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출처=IT동아)

시리는 처음 나왔을 땐 단순 음성 인식 비서 개념이었지만, 이젠 iOS 전반에서 사용자의 습관을 분석하는 인공 지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WWDC에서는 시리킷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시리는 사용자의 써드 파티 사용을 기반으로 학습과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시리는 사용자가 앱에서 무얼 하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개인 정보를 중요시하는 애플답게 시리가 사용 내역을 분석하고 학습할지를 개별 앱마다 설정할 수 있도록 해 놓았고, 모든 분석 정보는 암호화한다.

아직은 iOS 11이 개발자 버전이라 이를 통해 시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사용자가 하려는 것을 예상하고 묻기도 전에 먼저 제안해 준다고 하는데, 정식 버전이 나오고 사용자 습관이 어느 정도 쌓여 분석이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시리가 써드 파티 앱을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출처=IT동아)
▲ 시리가 써드 파티 앱을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출처=IT동아)

조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알림 센터다. 잠금 해제한 상태에서 화면 위에서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알림 센터가 나온다. 받았던 알림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iOS 11에서는 알림 센터를 내리면 다시 잠금 화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 잠금 화면을 다시 위로 밀어 올려야 비로소 알림을 볼 수 있다. 한 번의 행동으로 알림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iOS 11에서는 두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애플은 잠금 화면이 훨씬 더 강력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정식 버전이 나오기 전에 변화를 줘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용자의 사용 습관을 반영한 새로운 기능도 있다. 바로 '사용하지 않은 앱 없애기' 기능이다. 아마 많은 이가 처음에만 몇 번 쓰다 방치한 앱을 여러 개 가지고 있을 테다. 자리만 차지할 뿐인데, 혹시나 다음에 쓸까 봐 지우지 않게 된다.

iOS 11에서는 이런 앱을 자동으로 제거한다. 앱을 제거해도 관련 데이터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해당 앱을 다시 받으면 이전과 동일한 내용으로 앱을 쓸 수 있다.

▲ 안 쓰는 앱은 자동으로 삭제해 준다(출처=IT동아)
▲ 안 쓰는 앱은 자동으로 삭제해 준다(출처=IT동아)

아직 iOS 11은 정식 버전이 아니다. 앞으로 3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쳐 좀 더 다듬어 완성된 형태를 내놓게 된다. 아이폰에 iOS 11 개발자 버전을 설치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현재 2대의 아이폰을 통해 iOS 10과 11을 함께 써보고 있는데, 쓰면 쓸수록 빨리 정식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굵직한 기능의 추가도 좋지만, 기존 기능을 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는 것. 이는 애플이 잘하는 부분 중의 하나이다. iOS 11도 그런 측면에서 나아진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태우 기자 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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