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낙하산 인사 않겠다’ 담화 다음날 김기춘, 자니윤 관광公 감사 임명 종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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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前문체부장관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를 위한 대국민 담화에서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으나 다음 날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낙하산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사진)은 2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통해 “2014년 5월 19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의 폐해를 끊겠다’고 밝혔으나 다음 날 김 전 실장이 방송인 자니 윤(본명 윤종승·80)을 한국관광공사 상임 감사로 임명하라며 낙하산 인사를 종용했다”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나흘 뒤 자니 윤을 직접 만나 관광공사 상임 감사가 아닌 홍보대사를 제안했고, 자니 윤도 이를 받아들여 모철민 당시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을 통해 김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라며 “그러자 김 전 실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며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체육계 황태자’였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청와대를 거쳐 인사 청탁을 한 사실도 밝혔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체육 관계자 인사 청탁을 해 ‘청와대 공직인사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거절하자 김 전 차관이 ‘그건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답했고, 다음 날 김 전 실장이 바로 (같은 인물의 인사 청탁) 전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이 최순실에게 얘기했고 누군가를 통해 김 전 실장에게 전한 것 같다”라며 “평소 김 전 차관이 ‘김기춘 실장이 자신의 배경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회의에서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해경 해체 등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부 조직 개편같이 중요한 문제를 국무위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크게 역정을 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며 화를 냈다”라며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게 토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반정부적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이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김 전 실장이 취임한 2013년 8월 이후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는 고은 시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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