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0주년 생일 잔칫상에 재뿌린 서울대 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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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 기념식장 난입 단상 점거… “시흥캠퍼스 철회하라” 구호 외쳐

 14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개교 70주년 기념식. 성낙인 총장이 축사를 전하려는 순간 학생 10여 명이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 철회 구호를 외치며 단상에 난입했다. 일부 교수들이 나서 “결례를 저지르고 있다”며 말렸지만 학생들은 “철회 약속 없이는 못 나간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학생들은 국제화와 산학협력을 목표로 2018년부터 문을 열 예정인 시흥캠퍼스 조성을 두고 대학 상업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자리엔 린젠화(林建華) 중국 베이징대 총장 등 국내외 초청 귀빈과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수상자, 학교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있었다. 학생들은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에 대해 “성 총장이 이상한 상을 시상하고 있다. 웃으며 박수만 치면 끝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 초청 인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 이 정도 행동밖에 못하느냐”며 실망스러워 했다.

 결국 성 총장이 “학내 구성원과 대화하겠으니 돌아가 달라”며 직접 퇴장을 요청했다. 참석한 청중이 성 총장의 발언에 1분여 박수갈채를 보내자 학생들은 단상 점거 28분 만에 퇴장했다. 성 총장은 린 총장 등에게 “대학이란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사는 곳이니 이해해 달라”며 사과했다. 린 총장은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볼 수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서정화 서울대 총동창회장, 고 제정구 전 의원, 황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등 5명이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서거한 YS는 민주화와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고 YS의 차남 현철 씨가 고인을 대신해 상을 받았다. 현철 씨는 “아버지께서는 모교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계셨다”면서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혼란기 속에서 보낸 대학시절에 인생의 방향을 거의 잡으셨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문학 발전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점, 서 총동창회장은 인재 육성에 힘써온 점, 제 전 의원은 빈곤 문제 극복에 기여한 점, 황 명예교수는 작품 활동 등으로 족적을 남긴 점 등을 인정받았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서울대#시흥켐퍼스#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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