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
“삼국유사는 우리민족 뿌리 담아 판각작업 과거 복원 차원 아니라 미래 세대에 정체성 전하는 것”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006년 취임과 함께 경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김 지사는 “정체성은 과거와 전통을 재발견하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향상지심”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청을 이전하는 과정에서도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 바탕이 되는지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006년 민선4기 단체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경북의 바른 모습’인 정체성 문제와 씨름했다. 도민의 숙원인 도청 이전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도정을 새롭게 가꾸는 모든 일에는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도정을 맡은 지 10년인 지금 경북도의 인구는 275만1000여 명으로 2006년의 271만8000여 명보다 3만3000여 명 늘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63조3000억 원에서 91조6500억 원으로, 예산은 3조5300억 원에서 8조 원으로, 국가투자예산은 2조1000억 원에서 12조1200억 원으로 늘었다. 산업체도 18만1000개에서 21만3800개로, 산업 및 농공단지는 93개에서 156개로 늘었다. 일자리는 10년 동안 52만1600개를 창출했으며 투자유치 규모는 46조8300억 원이다.
김 지사는 18일 “경북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가슴 뛰게 준비하는 자세야말로 개인이나 공동체를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라며 “이는 현실에 대충 만족하지 않고 늘 나아지려는 향상(向上)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퇴계 이황의 모습을 떠올린다. 퇴계의 제자들이 엮은 ‘퇴계선생언행록’에서 학봉 김성일은 “선생(퇴계)은 더 나은 차원을 추구하는 마음(向上之心·향상지심)이 평생토록 한결같았다”고 기록했다.
―도청 이전에 경북 정체성은 어떻게 작용했나.
“도청 이전의 필요성은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돼 대구시와 경북도가 분리된 후 제기됐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는 이전지 결정 과정 등 현실적 여건에 걸려 동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청이 도민의 품속에 있어야 한다는 건 명확하지 않는가. 이런저런 난관이 있다고 해서 도청을 막연하게 대구에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돌아보면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경북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돼 보람을 느낀다. 경북의 혼(魂)이고 얼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면 도청 이전도 진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신청사도 빌딩형으로 하면 건축이 더 쉽다. 그렇지만 한옥형으로 지어 경북의 정체성을 담아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 신청사는 인문적 공간으로 지었다. 많은 분이 청사를 찾게 된 이유라고 본다.”
―삼국유사 목판 복각(復刻)이 주목을 받는데 정체성과 어떤 관계가 있나.
“2013년 군위군을 방문했을 때 삼국유사 목판이 조선 중기본을 끝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삼국유사는 일연국사께서 군위 인각사에 머물며 완성했다.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뿌리와 역사, 문화에 대해 너무나도 소중한 기록을 담고 있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500년 전에 목판이 사라진 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국국학진흥원에 있는 유교책판(목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을 때 우리 국민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나. 500년 전 목판을 어렵게 모으고 관리한 유물을 인류의 문화재로 품격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500년 후를 생각할 줄 아는 자세라고 본다. 삼국유사 판각은 전통이나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차원이 아니다. 조선 초기 및 중기본을 복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판본을 정밀하게 비교하고 바로잡은 경상북도본도 새기는데 이는 복각이 아니라 새로운 판각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향상지심’의 자세이다.” ―신도청 시대를 위한 경북 정체성의 새로운 모습은.
“정체성은 고정된 게 아니다. 과거와 전통을 재발견하면서 미래의 새로운 길을 여는 에너지를 스스로 마련해야 나가야 한다.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등 4개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도출한 정의 신명 화의 창신의 자세를 잠시도 잃지 않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올곧은 마음으로, 신바람 나게, 함께 어울려, 앞장 서 열어가자’는 태도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멋진 보편적 가치를 품고 있다. 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세종시 및 중부권 지자체와 가까워져 새로운 발전축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점점 국제적 공감대를 넓히는 새마을세계화도 마찬가지다. 경북 정체성의 개방적 협력과 노력이 하나씩 구체적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김 지사의 가슴속에는 ‘정재양민(政在養民)’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서경(상서)에 나오는 말로 ‘행정의 목적과 가치는 주민의 삶을 풍성하게 가꾸는 데 있다’는 뜻이다. 경북 정체성도 정재양민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을수록,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하게 느껴질수록 차분히 현실을 성찰하며 나아가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며 “경북의 공직자들과 함께 정체성의 실천이 새로운 경북시대를 열어나가는 에너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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