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상주 시민들 ‘한국타이어 모시기’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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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탈출 위해 기업유치 절실”… 15개 시민단체 호소문-서명운동
요구조건 많아 재유치 전망은 불투명

21일 경북 상주시내 곳곳에 한국타이어 재유치를 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타이어 재유치를 위한 시민모임 운영위원회 제공
21일 경북 상주시내 곳곳에 한국타이어 재유치를 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타이어 재유치를 위한 시민모임 운영위원회 제공
“한국타이어가 상주에 꼭 오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경북 상주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준기 씨(50)는 21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주를 살리기 위해 기업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처음 협약대로 추진한 뒤 주거 교육 환경을 개선해 추가 투자를 하도록 정성을 쏟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주시민들이 한국타이어 재유치에 나섰다. 한국타이어가 최근 상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한국제과협회 상주지부와 풍물시장번영회, 한국외식업 상주지부, 제일택시 노동조합, 개인택시 상주지부, 상주중앙시장, 중앙상가협의회, 대한숙박업 상주지부, 상주굴삭기연합회 등 15개 단체는 ‘한국타이어 재유치를 위한 시민모임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19일 호소문을 발표했다. 각 단체 대표들은 “상가 점포는 폐업 위기에 몰리고 건설업 종사자 상당수는 다른 지역에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상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위원회는 21일부터 시내 곳곳에 ‘상주시민은 한국타이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현수막 20여 개를 내걸었다. 22일 남성동 풍물거리에서 열리는 5일장에서 유치 찬성 서명운동을 벌이고 유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물도 나눠줄 계획이다.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건설업 단체들은 덤프트럭을 동원해 상주시에 한국타이어의 투자 철회 책임을 묻는 항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주에는 기업 유치 실패에 따른 도시 이미지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리턴매치를 벌였던 전임 시장과 현 시장의 갈등이 투자 유치를 무산시킨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몇몇 시민은 “사업이 무산되면 다른 투자 유치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기업을 내쫓는 상주시의 무능함을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를 반드시 유치해 상주가 기업 하기 좋은 도시라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면 지역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재유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상주시가 유치 반대 민원 해결을 이유로 △입지 변경 검토 △북상주 나들목(IC) 추가 개발 △공검면 건강센터 건립 등의 추가 사업 요구 조건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진입도로 공사비와 용수 공급 시설비 등 265억 원 상당의 재정 지원에 비해 2020년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건립 이후 지방세 수입은 1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진행은 추가 사업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 협약을 이끌었던 경북도는 상주시와 한국타이어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한국타이어는 더이상의 중재를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져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소송에 따라 진행될 판사의 법정 조정 절차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북도 경남도 등 다른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 움직임이 있어 사태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상주#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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