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때문에 시험 포기” 블랙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日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16시 03분


일본 주쿄(中京)대 국제교양학부 오우치 히로카즈(大內裕和) 교수는 약 7년 전부터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한 학생이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시험 날짜를 바꿀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 실제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험을 못 치러 수강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우치 교수는 학생들을 불러 아르바이트 실정을 들어봤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급료가 그만큼 줄어든다”, “12시간 연속 일했다”, “불가항력적으로 부서진 물건도 변상해야만 한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요즘 학생들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는 과거와 수준이 다르다. ‘블랙 아르바이트’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랙 아르바이트는 학생인 점을 존중해주지 않는 아르바이트, 저임금을 주면서 정규직과 같은 의무와 할당량을 부과하는 아르바이트, 중노동을 강요하는 아르바이트 등을 의미한다.

도쿄(東京)에 사는 대학 2학년인 A 씨(21·여)는 지난해 가을부터 보습학원에서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구인공고에는 90분 수업, 1600~2300엔(약 1만5000~2만1000원) 급료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수업 시작 1시간 전부터 교재를 작성해야 했다. 수업 후에도 2시간 정도 걸려 학생들에 대한 개별 보고서를 만들어야 했다. 추가 근무에 대해선 급료가 나오지 않다보니 A 씨가 실제 일한 총시간을 기준으로 시급을 따져보면 도쿄 도의 최저 임금(888엔)보다 낮았다.

블랙 아르바이트라 판단되면 당장 그만두면 된다. 하지만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선 질 낮은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강력한 경쟁자 ‘프리타’(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프리터 수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블랙 아르바이트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정규직 직원을 줄이는 것이다. 오우치 교수는 “기업들이 실제 학생들을 고용했을 때 학업 토대가 탄탄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 이길 수 없다. 블랙 아르바이트로 일본 경제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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