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주민 대표, 헬기 추락사고 순직 경찰관들 합동분향소 조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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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6시 반 전남 목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 소속 경찰관 4명의 합동분향소. 최승호 경감(52·기장)의 부인(50)이 상주석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그 옆에 앉은 백동흠 경감(46·부기장) 박근수 경사(29·정비사) 장용훈 경장(29·응급구조사)의 유족들도 가슴으로 슬픔을 삭이고 있었다.

10분 후 임성식 씨(58·가거도 어촌계장)와 여규옥 씨(60·신안군 흑산면장) 등 가거도 주민 5명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임 씨 등이 분향을 한 뒤 상주들에게 절을 하자 유족들은 눈물을 감추고 엷은 미소까지 지으며 반겼다. 유족들은 가장과 아들이 어린 환자 이송이라는 대의를 실천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을 생각하듯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했다.

임 씨는 유족들에게 차마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도 못했다. 임 씨는 분향소를 나오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죄인 아닌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거도 주민 수는 주민등록상 510명이지만 실제 거주자는 310명 정도다. 주민 절반이상이 고령의 노인이라서 응급 이송이 많다. 해경 함정 이송은 4시간이 걸려 응급환자 후송은 대부분 헬기가 하고 있다. 헬기는 가거도의 생명선이다.

당초 가거도 주민들은 현지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을 논의했다. 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헬기 승무원 1명을 찾는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주민 대표가 조문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목포에서 가거도까지 조문하려면 최소 1박2일에서 2박3일 걸린다는 점도 고려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7㎞떨어져 있어 하루 한번 운행하는 쾌속선으로도 4시간 반이 걸린다.

최 경감 등 4명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영결식은 25일 서해해경본부에서 국민안전처장으로 엄수된다. 국민안전처는 이들 4명에 대해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이들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장 경장에 대한 수색은 계속된다.

신안군은 올해 가거도에 야간조명을 갖춘 헬기장을 조성키로 했다. 신안군 보건소 관계자 2명은 25일 가거도를 방문해 헬기장 건설 후보지 서너 곳을 둘러볼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가거도 마을 인근 장군바위 뒤편 군유지가 거론되고 있다. 신안군 보건소 한 관계자는 “가거도 땅이 좁아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만 야간조명 시설을 갖춘 헬기장을 올해까지 조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 유인도 296곳에는 헬기장 14곳, 임시 착륙장 60곳이 있다. 전남도는 올해 가거도 등에 헬기장 8곳을 추가 조성키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거도 응급환자 이송은 해경과 소방헬기가 계속 맡는다. 전남도와 보건복지부는 목포에서 반경 100㎞만 운행하는 닥터헬기를 가거도까지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로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목포=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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