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걱정없다”… 짝퉁 거래 ‘카스 암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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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맺으면 가방 등 제품사진 떠… 고객선별 가능해 업자 대거 진출
경찰 “사적공간 거래 포착 어려워”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한 가짜 명품 판매상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게시글. 가짜 명품 가방 및 벨트 사진들이 올라 있다. 카카오스토리 캡처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한 가짜 명품 판매상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게시글. 가짜 명품 가방 및 벨트 사진들이 올라 있다. 카카오스토리 캡처
“포털에서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어떤 제품 취급하세요?”(기자)

“안녕하세요^^. 광저우와 홍콩 현지에서 제품 취급합니다. 카스(카카오스토리)로 친구 추가하시면 사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상인)

“카스에 스위스 명품 시계 ‘IWC’ 있던데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기자)

“48만 원입니다.”(상인)

“다른 제품은요?”(기자)

“원하시는 상품 사진 보내주시면 가격 알려드리겠습니다.”(상인)

“보증서 있나요?”(기자)

“정품과 동일한 케이스, 쇼핑백, 보증서 풀 구성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상인)

카카오톡으로 처음 메시지를 남긴 지 3분 만에 답변이 왔다. 상대방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카카오스토리 명품’으로 검색해 찾은 짝퉁(가짜) 판매업자다.

기자가 “짝퉁 명품 소매업에 관심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판매업자는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권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하나인 카카오스토리는 설정에 따라 친구로 등록된 사람에게만 게시물을 공개할 수 있다. 페이스북 등 다른 SNS도 비슷한 기능이 있지만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 메신저와 연동돼 메시지를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설명에 따라 친구 신청을 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방 시계 벨트 등 480여 개 명품 사진이 스마트폰 화면에 올라왔다. 모두 정밀하게 위조된 가짜였다. 게시물을 선택하면 정면 측면 후면에서 찍은 사진도 나온다.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 가격은 진짜 제품의 10분의 1 수준. 백화점에서 90만 원 정도에 파는 루이뷔통 클러치백이 9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보이스톡(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무료 전화 서비스)을 통해 전화를 건 그는 “짝퉁 명품은 대개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만들어 들여온다”며 “30만 원짜리 짝퉁 가방을 팔면 13만 원가량 이익이 남는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의 으슥한 뒷골목에 자리 잡았던 짝퉁 매장이 SNS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특히 메신저와 무료 전화로 무장한 카카오스토리는 다른 SNS에 비해 짝퉁 거래가 더 활발하다. 그만큼 은밀한 거래를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업자들은 ‘친구 맺기’ 기능을 통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미리 철저히 선별하곤 한다. 실제로 20대 여성 사진을 등록한 계정에는 곧바로 회신이 온 반면 남성 사진의 계정에는 묵묵부답이었다.

29일 현재 카카오스토리에서 ‘명품’을 키워드로 검색되는 채널은 10여 개다. 하지만 명품이라는 표현을 숨기고 일반인 계정을 활용해 짝퉁을 취급하는 판매상들은 파악조차 쉽지 않다. 동대문시장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상인들이 카카오스토리로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기자가 만난 동대문시장의 한 모조품 판매업자도 “SNS 판매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펄쩍 뛰었지만 그의 휴대전화 번호로 검색된 SNS에서는 수백 개의 짝퉁 제품 사진이 확인됐다.

이처럼 SNS를 통한 짝퉁 판매가 늘면서 경찰도 애를 먹고 있다. SNS 공간이 사적 공간이어서 사생활 침해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톡 감청을 둘러싼 ‘사찰 논란’도 경찰 단속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는 실제 거래 현장을 확인하면 되지만 SNS는 거래 사실을 포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최혜령 기자
#카스#짝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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