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우병철]‘슬로시티 운동’ 확산으로 농촌에 새 희망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유럽에서 금전적 수입과 사회적 지위에 구속되지 않고 인생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다운시프트(downshift)족’, 느림보족으로 불리는 이들의 소망은 삶의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다. 유럽 다운시프트족의 확산은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삶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앞만 보고 쉴 사이 없이 돌진해야 하는 무한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잠시 쉬기라도 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만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가?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처럼 슬로시티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슬로시티란 말 그대로 느린 도시를 뜻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그레베인키안티가 그 발상지다. 해발 500∼700m 산간지대에 있는 이 마을에선 옛날 방식으로 올리브기름을 짜고 스파게티를 만들며 포도주를 발효시킨다. 공해나 쓰레기 발생이 적고 각종 첨가물도 없는 그야말로 슬로푸드가 생산되는 곳이어서 생태 휴양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을 비롯해 주변 도시들이 지역 요리의 맛과 향을 재발견하고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지키는 슬로시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20개국 132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슬로시티로 지정되면 이내 관광 명소가 된다. 슬로시티 인증을 받으려면 인구가 5만 명이 넘지 않아야 하고 자연생태계가 철저히 보전돼야 한다. 유기농 지역 특산물도 있어야 하고, 대형마트나 패스트푸드점도 없어야 하는 등 조건이 꽤 까다롭다. 관광대국을 자처하는 일본도 20개 도시씩 두 차례나 슬로시티를 신청했지만 한 곳도 지정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말 아시아 최초로 전남 신안군 증도와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경남 하동군 악양면, 충남 예산군 대흥면과 응봉면 등 6개 지역에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웰빙, 로하스(LOHAS) 운동을 넘어 옛 음식과 삶의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슬로시티 운동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 삶의 여유와 함께 멋과 맛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지역으로 발판을 마련해 농촌에 새로운 희망이 됐으면 한다.

우병철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슬로시티#다운시프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