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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로비 수사]“계열사 빚 탕감하는데 공적자금 동원”

입력 2006-04-15 03:01업데이트 2009-10-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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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계열사의 부채를 탕감 받기 위해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훈(金東勳·58·구속) 씨를 통해 산업은행 등에 로비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이 정관계 로비 수사로 진전되고 있다.

검찰은 김 씨를 구속한 직후 14일 박상배(朴相培)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李成根) 산은캐피탈 사장을 긴급체포하고 이어 다른 관련자 여러 명을 출국 금지했다. 현대차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이 정관계 고위층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현대차 계열사 채무 탕감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졌나=2002년과 2003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각각 편입된 위아와 아주금속은 현대차그룹에 편입되기 전 2000억 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채무 2000억 원을 탕감 받기 위해 김 씨를 통해 로비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씨는 2001, 2002년 현대차그룹에서 조성된 비자금 41억600만 원을 로비자금과 성공보수 명목으로 받았다.

이후 위아와 아주금속의 채무 2000억 원 가운데 550억 원에 대해서는 채무 탕감이 이뤄졌다.

검찰이 특히 주시하는 부분은 산업은행이 위아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담보채권 1000억 원에서 205억 원이 탕감되는 과정이다.

산업은행은 2002년 이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1000억 원을 받고 팔았다. 이 채권은 담보가 확실한 채권이어서 급히 매각할 필요는 없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자산유동화회사(SPC)를 통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현금화했으나 이 채권을 일반인으로부터 회수해 산업은행에 되팔았다. 이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산업은행에서 채권을 매입할 때 이 채권을 언제든 다시 산업은행에 되팔 수 있는 조건(풋백옵션)을 두었기 때문이다. 채권을 다시 산 산업은행은 이 채권을 기업 구조조정 회사인 ‘신클레어’에 795억 원에 팔았고, 위아는 이 채권을 수수료를 포함해 851억 원에 되샀다.

결과적으로 위아의 채무 1000억 원에서 205억 원이 탕감된 것.

탕감된 채무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돼 메워졌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산업은행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어떤 로비 받았나=검찰은 박 전 부총재와 이 사장이 위아의 채무 1000억 원 가운데 205억 원을 탕감 받도록 한 과정에서 김 씨에게서 청탁과 함께 수억 원대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위아의 채권이 회수가 가능한 양성채권이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매각하고 재매입한 뒤 기업 구조조정 회사에 205억 원을 손해 보고 팔 이유가 없었다. 김 씨의 로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현금화했으면서도 다시 이를 산업은행에 판 과정에 김 씨의 로비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이 금융감독원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금감원 고위층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2001∼2002년 당시 정건용(鄭健溶) 씨가 총재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정재룡(鄭在龍), 연원영(延元泳) 씨가 사장을 지냈다. 금감원 원장은 이근영(李瑾榮) 씨, 부원장은 정기홍(鄭基鴻) 씨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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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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