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우리 곁으로]“청계천 상권 되살아나 웃는날 오길”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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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청계천 복원을 반대했던 청계천 재개발 상인대책위 이웅재 위원장. 그는 “복원된 청계천에 생태계가 되살아나듯 청계천 상권도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주훈 기자
한때 청계천 복원을 반대했던 청계천 재개발 상인대책위 이웅재 위원장. 그는 “복원된 청계천에 생태계가 되살아나듯 청계천 상권도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주훈 기자
《“청계천 복원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청계천 개통을 앞두고 누구보다도 강경하게 청계천 복원을 반대했던 이웅재(54) 청계천 재개발 상인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요즘 심경은 복잡하다.

“제가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청계천은 정말 좋습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맑은 물줄기가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청계천 상인 입장에서는 청계천을 보며 그저 좋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청계천 상인들이 양분화됐다고 전했다. 한쪽은 복원된 청계천과 함께 상권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구체적인 상인대책 대신 재개발 계획 소식만 무성한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

“최근에 일부 강경한 동료 상인들로부터는 ‘어용이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차라리 서울시를 상대로 복원 반대 투쟁을 했을 때가 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상인 대표로서 어느 한쪽 의견을 더 대변할 수는 없고, 어서 청계천 상권이 되살아나 청계천 상인 모두 청계천 복원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됐으면 합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22만 명의 청계천 상인들이 서울시와 시장을 신뢰해줘 2년 3개월 만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03년 복원 공사를 극렬하게 반대하며 차량시위, 삭발 등을 했던 청계천 상인 대표들은 4200회에 걸쳐 서울시 공무원들과 만났다. 하루에 10번 넘게 만난 날도 수두룩했다. 반(半) 상인, 반 공무원이 될 정도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타협점을 찾아 나갔다.

“이 시장을 6번 정도 면담을 했어요. 오래돼서 다른 말들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 말만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상인으로 돌아오십시오. 상인으로 돌아오시면 장사가 잘 되도록 최대한 배려하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이 말 하나 믿고 지금까지 참고 버틴 겁니다.”

1974년 11월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청계천 세운상가 판매원으로 시작한 이 위원장은 31년 동안 전자제품을 팔며 청계천에서 일했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청계천은 제 눈높이에서 바라본 삶의 터전 전부였습니다. 아무래도 복원이 되면 차로가 줄어들어 접근성도 떨어지고, 자연스레 재개발 얘기가 나올 테고…. 서서히 상권이 붕괴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청계천 때문에 두 번 울었다. 한 번은 2003년 반대 시위로 동대문 경찰서에 연행된 동료 상인들을 면회한 뒤였고, 다른 한 번은 지난해 6월 생활고로 50대 청계천 상인이 자살했을 때였다.

“전 청계천 때문에 3번 울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료들한테도 어서 공사가 끝날 수 있게 최대한 협조하자고 설득했어요. 어차피 시작한 공사 빨리 끝나야 장사하는 사람들한테도 좋다는 판단이 들었고, 복원된 청계천에서 청계천 상권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개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서울시가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착공식, 통수식, 개통식 모두 상인대표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착공식 때는 차마 볼 수 없어서 안 갔고, 통수식은 참여했습니다. 개통식이라… 아직 갈지 안 갈지 마음을 못 정했는데 그래도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해 주러 가야겠죠?”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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