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블랙박스]드라마속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담?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57분


작가들은 뛰어난 상상력으로 인물을 창조하고 스토리를 엮어가지만 그래도 가장 쓰기 편한 스토리는 아마도 자신의 체험이나 지인의 경험담일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 드라마 작가로 입문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상당수가 경험담이다. 그들 작품속 주인공의 직업은 방송 작가이기도 하고 실제 사랑 이야기도 많다.

가족사가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부모 형제와 갈등, 이중적인 가정생활, 가난과 병고 등 자신이 겪은 아픔을 리얼하게 묘사하다보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게된다.

KBS2 드라마 ‘고독’의 작가인 노희경은 다수의 마니아를 갖고 있다. 그녀의 첫 히트작은 1997년 MBC 창사 특집 4부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한 주부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나 남편 몰래 인생을 정리한다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작품. 노희경을 이를 통해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나 정작 방송이 나간 뒤 그는 가족의 전화는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나문희가 열연했던 주인공의 모델은 바로 노 작가의 모친이었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이처럼 자신에게 상처를 준 수많은 죽음과 이별, 아픔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녀는 바로 그 고통을 글의 재료로 삼을 만큼 글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작가 이환경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친 인생을 살았기에 그의 작품에는 힘이 넘치고 끈끈함이 있다.

달동네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많은 흥행작의 작가 김운경씨는 실제로 젊은 시절 달동네에서 살았던 기억들을 드라마 ‘서울 뚝배기’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속에 살려 냈다. 그는 이 덕분에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사실적으로 재미있게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화제의 드라마 MBC ‘인어아가씨’의 임성한 작가는 히트제조기로 불리지만 동시에 평범한 주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이 주부 생활이 매일 저녁 TV 앞에 온 가족을 모이게 하는 맛깔스런 일일 연속극의 재료가 되고 있다.

아직도 세인들에게 정상의 드라마로 각인돼 있는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는 여성이긴 하지만 정치와 건달이라는 남성적인 스토리를 훌륭히 그려냈고 극중 인물의 대사 역시 남성 심리를 제대로 묘사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런 노작은 송 작가가 1년 넘게 관련 인물을 취재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얻은 간접 경험의 산물이었다.

‘인어아가씨’에서 드라마 작가 은아리영은 어쩌면 여성 작가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가들은 그처럼 화장을 하고, 머리를 꾸미고, 세련되게 옷을 차려입을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런 작업이다.

단편 드라마를 직접 찍었던 차인표와 ‘GOD’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정우성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도 바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도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스트레스로 골병들어가고 있지만….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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