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최불암, '연기수업' 때부터 단골 노인역

입력 2001-10-31 18:19수정 2009-09-19 02:4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58년 서라벌 예대에 연출 전공으로 입학한 나는 연기전공 학생들이 맡기를 꺼리는 노인역을 자주 맡았다. 내 연기가 그럴 듯했는지 주위에서는 “차라리 직접 연기를 하라”고 권했고 1960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시 입학했다.

대학 졸업후 국립극단에서 연기 생활을 하던 중 1967년 KBS 사극 ‘수양대군’으로 TV에 데뷔했다. 당시 맡은 역은 김종서 역이었는데 이것 역시 노인역이었다. 그 뒤로도 한동안 노인역 단골이었던 나는 1969년 MBC 개국과 함께 MBC로 둥지를 옮겼고 1971년 MBC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박반장’역을 맡으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

이 드라마가 실화를 토대로 제작된 이유도 있었겠지만 당시 순박했던(?) 시청자들은 방송국으로 사건 해결을 직접 의뢰해오기도 했다. 한번은 한 아주머니가 바람피우는 남편의 뒤를 밟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가정사를 시시콜콜 늘어놓는 바람에 제작진이 몹시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전원일기’의 ‘김회장’ 역이다. 이 드라마가 시작된 1980년에 내 나이는 마흔살이었다. 아직 한창 때여서 푸근한 시골 노인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꽤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 드라마가 20년 넘게 장수하면서 이제 나는 자연스레 김회장에 적합한 나이가 됐다.

지난 34년동안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아내 김민자씨를 만난 것이다. 아내를 처음 만난 1967년 당시 나는 신인에 불과했지만 아내는 한창 잘나가던 인기 배우였다. 홀어머니 슬하의 외아들인 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집요한(?) 구애 끝에 1970년 결혼했다.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그때 심하게 반대하던 장인 장모를 설득하느라 진땀 뺐던 기억은 내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