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이상아, 동자승역 맡아 삭발하고 눈물 펑펑

입력 2001-09-26 18:32수정 2009-09-19 06:4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내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4년 용산여중 1학년 때였다. 당시 용산여중에는 주희 등 MBC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에 출연하는 친구들이 많아 ‘나도 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 연기학원 시험을 보게 됐다. 행운이 따랐는지 연기학원 시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KBS 김재순 PD의 눈에 띄어 단숨에 TV드라마에 출연하는 기회를 잡았다.

첫 작품으로 KBS ‘TV 문학관’의 ‘산사에 서다’에 출연하게 됐다. 내게 맡겨진 역은 동자승 역할이었다. 연출자 선생님은 머리통이 예쁘니 스님으로 나와도 예쁠 것이라고 했고, 엄마도 “이번 기회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며 삭발을 부추겼다.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깎고 경주에서 촬영에 들어갔을 때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나를 보고 “저 사람 여자야 남자야?”라며 깔깔대는 모습을 보면서 밤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나를 울렸던 또 하나의 작품은 영화‘젊은 밤 후회 없다’(1986년 작)였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높은 언덕에서 뛰어내리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면서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지만 ‘엑스트라 없이 촬영을 했다’는 생각에 나는 자부심을 느꼈다.

목발을 짚고 영화 시사회장에 가보니 정작 영화에서는 나의 멋진 점프 장면이 빠져있는 게 아닌가. 이유를 알아보니 낙하하는 장면에서 웨딩드레스가 내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편집 과정에서 짤라냈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통곡하듯 울었다. 이런 에피소드 탓인지 데뷔 시절 하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 뿐이다.

하지만 유명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던 것은 보람으로 남는다. 특히 85년 ‘길소뜸’에서 김지미 선생님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김 선생님은 자신의 어릴적 얼굴과 목소리가 비슷하다며 나를 특별히 아껴주셨다.

김 선생님은 ‘길소뜸’을 촬영하면서 나에게 “상아는 영화배우로 커야한다”고 충고해 주셨는데 빨리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에 TV로 나선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