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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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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달걀은 회전하지 않을까?〓삶은 달걀인지 날 달걀인지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돌려보는 것이다. 삶은 달걀은 빨리 그리고 오래 회전한다. 반면 날 달걀은 천천히 돌다가 금새 정지한다. 왜 그럴까?
삶은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위 등 내용물이 껍질과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손으로 껍질을 붙잡고 돌릴 때 내용물도 함께 회전한다. 그러나 날 달걀은 내부가 점성이 있는 액체이고 껍질은 고체여서 서로 독립적으로 운동한다. 따라서 껍질을 붙잡고 돌려도 내부의 흰자위와 노른자위로는 미약한 회전력만이 전달돼 잘 돌지 않는 것이다.
▽왜 날 달걀은 정지했다가 다시 회전할까?〓달걀을 회전시킨 뒤 손으로 가볍게 눌러 정지시켰다가 손을 떼면 삶은 달걀은 정지한 상태 그대로 있지만, 날 달걀은 신비롭게도 정지했다가 다시 회전하기 시작한다.
날 달걀이 다시 회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달걀 껍질은 손으로 누르면 정지하지만, 내용물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 회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걀에서 손을 떼는 순간 회전하는 내용물과 정지한 껍질의 마찰력에 의해 다시 달걀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물통을 끈으로 매달아 놓고 돌리다가 통을 잡으면 통은 정지하지만 통 속의 물은 계속해서 회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왜 회전하는 삶은 달걀은 일어설까?〓삶은 달걀과 날 달걀을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은 달걀을 뉘어놓고 회전시켜보는 것이다. 중간에 벌떡 일어서서 도는 것은 삶은 달걀이고, 계속 누운 채로 회전하는 것은 날 달걀이다. 단 마찰이 없는 미끄러운 면에서 돌리면 삶은 달걀도 일어나지 않는다.
회전하는 달걀의 패러독스는 300년 동안 풀리지 않는 물리학의 난제였으나 올해 영국 케임브리대와 일본 게이오대 교수팀이 풀었다. 누워서 회전하는 삶은 달걀이 일어나는 이유는 면과 달걀의 접촉점 사이의 마찰력이 또 다른 회전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면이 달걀의 무게를 떠받치는 힘 그리고 면과 달걀 사이의 마찰력은 달걀의 무게 중심이 아닌 달걀 끝에 작용하기 때문에 달걀에 일어나는 회전력을 준다. 이는 책상 위에 놓은 자의 무게 중심을 밀면 자가 이동하지만 끝을 밀면 자가 회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회전하는 계란이 스프링클러가 될 수 있을까?〓평평한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듯 물을 조금 넣은 뒤 삶은 달걀을 넣고 회전시켜보자. 회전하는 계란이 마치 스프링클러처럼 주위에 물을 뿌린다. 여기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원심력, 부착력이다. 삶은 달걀의 아래쪽 표면에는 표면 장력에 의한 부착력으로 얇은 수막이 만들어진다. 달걀 표면을 타고 올라간 수막의 물은 달걀의 회전 때문에 높이 올라갈수록 더 큰 원심력을 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높이에서 부착력에 비해 원심력이 커지면 마치 스프링클러처럼 수평방향으로 물방울을 뿌리게 된다.
군산대 물리학과 홈페이지(phya.kunsan.ac.kr)의 생활 속의 물리학 코너에 가면 김 교수팀이 달걀로 직접 실험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