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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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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나 해질 녘이 되면 숲 속에서는 갖가지 새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코러스를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새들도 종에 따라 노래를 시작하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 유럽에서는 유럽 울새가 시작한 뒤 명금, 노래지빠귀가 뒤를 이으며 첫 노래가 시작된 지 100분이 지나서야 푸른머리되새, 박새의 노래가 시작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조류학자 로버트 제임스 교수팀이 이 비밀을 밝혀낸 논문을 ‘영국 왕립학회보’ 22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찍 노래부르는 새의 비결은 빛의 강도가 약한 시간에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눈이 크다는 데 있었다.
새들이 노래를 시작하는 시점은 빛의 강도가 약할 때의 시각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1960년대부터 있었는데 실험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
연구팀은 유럽의 7군데 숲에서 여러 종의 새들이 노래를 시작하는 시점과 이 때의 빛의 강도를 측정했다. 그리고 이들 종에 속한 57마리의 새를 잡아 눈동자의 지름을 측정했다. 그 결과 눈이 큰 새일수록 빛의 강도가 약한 이른 시간에 노래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이나 해질 녘이 되면 새들은 짝을 찾거나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노래를 하다보면 올빼미와 같은 천적에게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위험이 있으며 천적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눈이 커 시력이 뛰어난 새는 빛이 약한 시간에도 위험 여부를 누구보다도 더 빨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먼저 노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