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인터넷? 난 욕실에서도 한다"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38분


《“인터넷이요? 이젠 집안 아무데서나 할 수 있어요.”

한국쓰리콤에 다니는 이윤정 과장(33)은 요즘 퇴근 후 집에서 인터넷을 쓰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무선 홈네트워크를 꾸민 뒤로 인터넷 쓰기가 더욱 편리해진 덕분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틈틈이 노트북PC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은 기본. 급할 때는 화장실에서도 e메일을 확인한다. 무선 홈네트워크는 데스크톱 노트북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가정용 정보기기를 효과적으로 묶어 쓰는 방법. 최근 무선랜 장비가격이 크게 떨어져 일반 가정에서도 50만∼60만원대의 비용이면 거추장스러운 랜케이블 없는 무선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결혼 4년차 전문직 여성인 이과장의 무선랜 활용법을 살펴본다.》

▼PM 7:00▼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거실의 노트북을 켠다. 노트북은 랜케이블 없이도 무선랜카드를 통해 초고속인터넷망과 연결돼 있다. 거실에는 휴대전화 기지국 역할을 하는 접속장치(AP·Access Point)가 있어서 무선으로 PC를 연결하고 각각의 PC에서 인터넷도 쓸 수 있다. 접속장치는 30만원대, 무선랜카드는 1장당 15만원 정도에 마련했다. 무선랜은 데이터통신에 2.4㎓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주파수는 집안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데스크톱 1대와 노트북 2대 등 PC 3대가 항상 초고속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므로 게임방도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PM 9:00▼

밤 9시가 넘어 들어온 남편도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무선랜을 깐 뒤에는 두 사람이 인터넷을 동시에 쓰는 일이 가능해졌다. 새로 시작한 TV 드라마를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회사 동료로부터 받은 MP3 음악파일을 들어보라며 노트북으로 전송해준다. 무선랜의 최대 전송속도는 11Mbps지만 보통은 4∼6Mbps 수준의 속도가 나온다. MP3 음악 한 곡 복사는 단 몇 초면 뚝딱하고 끝난다. 이번에는 PDA에 무선랜 카드를 꽂아 e메일을 다운로드받는다. PDA만 있으면 사무실이나 밖에서 집안의 PC에 접속해 e메일을 뒤지거나 문서를 편집하는 일도 할 수 있다.

▼AM 9:00▼

여의도 사무실. 사무실도 무선랜이 깔려있으므로 노트북을 켜는 즉시 인터넷에 접속된다. 간밤에 미국 본사에서 전송된 메일을 살펴보고 급한 것부터 답장을 보낸다.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마케팅팀 회의 자료를 준비하던 중 중요한 파일 하나를 빠뜨린 것을 발견했다. 서재에 있는 데스크톱PC에서 작업한 파일을 노트북에 복사해두지 않은 것. 그러나 큰 실수랄 것도 없다. 1∼2분이면 인터넷에서 자신의 데스크톱에 접속해 필요한 파일을 복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M 11:30▼

점심시간을 앞두고 잠시 한가한 시간. 커피를 마시던 중 갑자기 거실등을 제대로 끄고 나왔는지 궁금해진다. 이럴 때는 ‘웹캠’(Web Cam)으로 집안을 들여다 보는 방법이 있다. 거실에 PC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네트워크에 연결해둔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집안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지난번 휴가 때도 웹캠 덕에 수시로 집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PM 3:00▼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외부 미팅중인 이과장에게 동료직원으로부터 본사에 보낼 자료를 방금 e메일로 보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마침 이 호텔은 무선랜 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무선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곳. 노트북으로 e메일을 받아 바로 미국 본사로 보냈다. 회사와 집에서 쓰는 무선랜을 호텔이나 지하철역에서도 쓸 수 있다니 세상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홈네트워크 기술은 여러 대의 PC를 연결하고 케이블을 없애는 무선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TV 오디오 실내등 에어컨 등 가정 내 유¤무선 기기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TV를 보면서 리모컨만으로 PC에 다시 보고 싶은 내용을 녹화하고, 외부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일도 조만간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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