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구]전염병관리, 지방에도 권한주고 책임묻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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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
무더위 끝에 후진국 전염병이 창궐한다고 난리다. 15년간 잠잠했던 콜레라나 집단 식중독은 우려스럽다. 수천 명의 C형 간염 조사 보도 또한 정부의 느린 대처를 비난한다. 그나마 예방접종 백신이 있는 일본뇌염은 나은 편이다. 결핵 관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10년 주기 발생 속설이 있었던 콜레라는 세계에 퍼져 있고 해수에 균이 존재하기에 언제라도 조건이 맞으면 발생하여 유행할 수 있다. 효과적인 백신 전망이 밝지 못하여 안전한 식수 공급, 화장실 위생,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의 중요성을 세계보건기구(WHO)는 권한다.

올해 발견된 콜레라가 아직 유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조기 발견을 위한 보건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식품업소의 위생관리가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유입된 균이 국내에서 다시 유행한다면 관리 실패에서 온 ‘인재’일 것이다. 되풀이되는 집단 급식소의 식중독 발생은 유통과 보관상의 오염, 조리 과정의 교차 감염, 취약한 시설 그리고 조리 종사자들의 건강관리 문제인데, 이는 당연히 콜레라 유행도 걱정하게 만든다. 무증상 감염자가 유증상보다 40배 많아 일부 취약지 관리의 어려움은 예상된다. 발생하면 지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지자체의 취약업소 현장 확인과 개인위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추석을 앞두고 있기에 더욱 걱정이다. 현장 관리를 위해 올해 출범한 시도 감염병관리본부는 이런 면에서 매우 유익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이번 콜레라 발생에서 상식적인 음식 조사와 행적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초기 역학조사는 작년의 메르스 유행 당시를 방불케 한다.

C형 간염 유행 시작은 콜레라와 다르지만 유행 관리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즉 의료기관에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를 통해 교차 감염으로 유행이 시작되는 것이 콜레라와 같다. 결국 환자의 문제라기보다 현장의 의료인, 의료장비와 시설의 문제다. 질병 추세 감시 목적으로 법정감염병이 된 C형 간염은 이제는 의료기관의 환자 안전을 파악하는 지표가 되었다. 전파 차단을 위한 표본감시 질환이 아닌 전수 보고와 긴급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각종 침습적 시술을 제대로 파악하여 환자 안전 개념이 미흡한 일부 의료기관의 시술 현장을 개선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저(低)수가 의료를 탓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환자 안전 환경과 윤리 문제로 인한 사건이며 의료기관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결과이다. 환자 안전이 도외시되는 일이 메르스 이후에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법에 의한 환자 안전 관리가 의원(醫院)급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유행 질환은 결국 감염병 현장 역학조사, 환자 안전 관련 조사, 감염병 감시, 의료기관 환자안전교육 기능이 지자체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훈련된 역학조사관을 광역자치단체에만 배치하지 말고 시·군·구에도 보내야 한다. 일부 선진국은 우리와 같은 지자체별 보건소 감염병 행정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감염병 관리, 안전관리 부서들도 명시적으로 존재한다.

국내에서 시도 단위로 감염병관리본부를 만들었지만 인력은 미미하다. 미국 뉴욕 시의 감염병 관리 인력이 우리의 질병관리본부보다 많다는 것은 우리도 그런 인력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말한다. 자잘하게 쪼개진 행정을 광역화하거나 지역별로 통합 관리하면 가능하다. 지속적 역량 개발을 위한 전문 교육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결국 현장에 경험 있는 전문가들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자리가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관료로 채워지는 인사 관리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
#전염병#콜레라#c형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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