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홍신]‘손가락’ 혁명은 희망 공장의 원동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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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김홍신 소설가
김홍신 소설가
해마다 만우절이 되면 재치 있는 거짓말로 장난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그런 사람이 드물었다. 늘어가는 가계부채를 떠안은 서민들의 심란한 마음에 불을 지르는 정치권의 추악한 습성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국민들은 화가 나고 불안한 것이다. 좁은 취업문과 고용 불안에 지친 젊은이들, 자녀 교육과 노후가 불안한 중년은 물론이고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이 두려운 노년층까지 희망이 없는 나라에 사느니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 원인 제공자는 정치권이다. 한국인 40%가 다시는 이 땅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뉴스를 보며 가슴이 시렸다. 이제는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의 회초리는 투표이고 나라의 희망은 바른 선택이다.

번번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소리를 듣는 정치 혐오는 분명 정치인들의 책임이지만 사리사욕에 빠진 정치인에게 매섭게 회초리를 들지 않는 주권의식의 허물도 결코 가볍지 않다. 주인이 한눈팔면 머슴이 주인 행세를 하는 법이다. 지난 시절에는 선거가 끝나고 당선증을 받는 순간 그들은 주인 행세를 하고 국민은 머슴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바꿔야 한다. 4·13총선의 투표율이 저조할 거라는 분석이 있다. 19대 국회에 대한 실망과 공천 과정에서의 국민 멸시와 공천자의 횡포를 낱낱이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주권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왔겠는가. 이런 국민감정의 치유는 마땅히 정치권의 반성과 깨끗한 선거와 국민 요구에 복종하는 자세로 보답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치를 비판하려면 바르게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머슴을 고르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일 못한다고 야단치는 것은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 수준이었던 우리나라가 40년 만에 무려 250배나 성장한 세계 역사상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에 가로막힌 섬나라가 북한의 군사 위협과 열강들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교역 10대 강국이 되었다.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한국인은 죽기 전에 십수 년 동안 병자로 살아야 할 정도로 절박하게 살았다. 이렇게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들이 언제까지 머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가까스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이만큼 살게 되었는데 엉터리 정치 때문에 성장 동력이 멈춰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인구 5000만 명의 남한은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우리 민족이 상승 기류를 타기 위해 북한과 평화롭고 따뜻한 통일을 해서 8000만의 대국을 가꾸려면 먼저 우리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그러기에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병폐에 절어 있는 후보는 솎아내야 한다. 화가 나더라도 후손들에게 건강한 세상을 남겨줄 인물은 뽑아야 한다. 투표가 끝나고 국민에게 ‘갑질 횡포’를 부릴 후보들은 응징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당당하게 확인하고 주인 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그래야 이 땅에서 가슴 아픈 역사를, 속상하고 분한 일을, 강대국에 휘둘리는 일을 걷어낼 수 있다.

사람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가장 초라해진다. 오래전에 기표 도구가 M1 소총 탄피일 때도 있었고 붓두껍일 때도 있었지만 통칭하여 ‘손가락 선거’라고 한다. 정치가 더럽다고 외면하면 정치는 더욱 후퇴한다. 투표로 말하고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투표는 이 땅에 기쁨과 희망을 나누어주는 ‘손가락 혁명’인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공장’이 되어야 한다.
 
김홍신 소설가
#투표#유권자#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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