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엽기적 연쇄살인, 그 미움의 근원은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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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과 여성만 골라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0여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범죄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 전체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인명을 상대로 저질러진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만행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범인은 부유층과 여성에게 적개심을 품고 범행표적으로 삼았다. 극도로 삐뚤어진 어느 흉악범의 반(反)인륜적 범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은 도대체 그 끝 모를 미움의 근원(根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증오범죄의 확산이다. 지금까지 범죄 동기는 대부분 돈을 노린 것이었으나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가 늘고 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증오범죄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배경을 살피고 대안을 강구하는 일이 절실하다.

증오범죄는 좌절과 그로 인한 편견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증오범죄를 잉태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처방은 두 가지이다. 생존경쟁에서 ‘좌절과 소외’를 막기 위한 사회통합의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부자는 모두 나쁘다’는 식의 편견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생명 경시(輕視)를 부추기는 각종 유해(有害)한 대중문화를 근절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피해자 시신이 암매장되는 동안 경찰은 범인을 붙잡았다가 놓치는 등 적절한 대처를 못했다. 범죄가 치밀하고 지능적이었다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경찰만 믿고 의존하기 어렵게 됐다. 민생의 핵심은 첫째가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다. 정부는 엉뚱한 데 힘을 소모하지 말고 민생 안전에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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