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투기열풍]조치원-대전 등으로 ‘한탕 러시’ 확산

입력 2004-07-07 18:50수정 2009-10-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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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외지 투자자들은 2002년 수도 이전 공약(公約)이 나왔을 때 투자했다가 작년 높은 값에 되팔고 떠났습니다.”(충남 공주시 D부동산 관계자)

“증여, 미등기 전매 등 외지인들의 편법 거래 탓에 토지거래허가제 등 투기 대책이 무색합니다. 수용되지 않을 노른자위 땅은 대부분 외지인들이 갖고 있습니다.”(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S공인 관계자)

수도 이전 계획 발표 후 투기가 두드러졌던 충청권 부동산시장이 5일 수도 이전 후보지 평가결과 발표 후 다시 술렁이고 있다.

수도 이전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된 연기군-공주시(장기면)의 원주민은 강제 수용 탓에 피해를 우려하는 반면 외지인은 연기-공주지구 인근 노른자위 땅을 미리 사들여 개발 이익을 노리고 있다.

이번 발표 후 현지 중개업소에는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가 평소보다 10배나 급증해 충청권의 부동산 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수도 이전 인접지역에 외지인 몰려=수도 이전 후보지에 대한 평가결과가 발표된 뒤 투자 문의가 특히 급증한 곳은 연기군 서면 전동면 조치원읍 등이다. 이곳은 연기-공주지구와 가까우면서 수용되지 않을 곳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기군 전동면 ‘전동부동산’ 김창훈 사장은 “문의 전화 대부분이 연기군의 지리조차 모르는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조치원읍 ‘새천년공인’ 윤상수 사장은 “수도 이전 후보지 평가 직후 서면과 조치원읍 일대는 땅 주인들이 토지 매물을 거의 거둬들였다”며 “매물이 없어 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공주지구와 가까운 대전 서구와 유성구 일대도 외지인 투자자가 몰리기는 마찬가지.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연기-공주지역과 가깝고 ‘이미 만들어진 도시’인 대전 서구와 유성구에 투기자본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땅값이 크게 올랐지만 현지에서는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연기군의 농지는 보통 평당 10만∼30만원선. 작년 한해 동안 2∼5배 올랐다.

공주시 ‘대산공인’ 이세영 사장은 “건축 제한이 있는 곳도 수용되지 않을 지역이라면 땅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익 챙겨 떠난 외지인 많아=외지인들이 본격적으로 연기-공주 주변 땅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하반기.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조치원읍 K부동산 관계자는 “당시 농지를 평당 3만원 남짓에 사들여 2003년 평당 10만∼20만원선에 되팔고 떠난 외지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작년 2월 수도 이전 후보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불법 거래도 많았다. 외지인들이 증여 방식으로 토지거래허가제도를 피해간 것.

장기면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땅을 사놓고 등기부의 명의를 옮기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미등기 전매는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군 일대에 투자하는 외지인들은 힘 있는 사람들”이라며 “수용되지 않을 곳은 장기적으로 개발행위 제한이 풀릴 것이므로 결국 이들이 수도 이전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 유성구 ‘금선명부동산’ 김종옥 사장은 “정부가 후보지 경계에서 10km 이내 지역에 대해서만 투기억제책을 내놓자 투기세력이 그 밖의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주민들은 피해 우려=수도 이전 입지로 사실상 결정된 연기군 동면 남면 금남면, 공주시 장기면 등에서는 토지거래는 물론 투자 문의까지 거의 끊어졌다.

연기군 남면 B부동산 관계자는 “수용될 곳의 원주민은 토지수용에 대한 우려감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개 면의 땅을 사겠다는 문의전화는 한 통화도 없고 주민들은 고향을 떠날 생각과 정부의 보상기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수용 예정지는 땅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군 남면의 평당 30만원짜리 농지는 공시지가가 평당 10만원선에 불과하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10분의 1에 불과한 곳도 있다.

보상가격의 주요 기준이 공시지가이므로 원주민들은 시세보다 턱없이 싼값에 수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임길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유럽에서도 수도 이전 등 대규모 개발사업 때 일부 계층만 혜택을 누렸다”며 “연기-공주지구에서도 원주민들은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연기=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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