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0년 국내 FM라디오방송 시작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오늘은 왠∼지 이 노래가 가슴을 파고드네요. 닐 세다카의 ‘You mean everything to me(그대는 나의 전부)’ 나갑니다.”

1980년대 고등학교 시절. 종종 친구들과 함께 서울 종로에 있는 ‘성전’이라는 음악다방에서 몇 시간씩 죽치고 앉아 팝송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신청곡을 쪽지에 적어 디스크자키(DJ)에게 전해줬는데 그때는 왜 그리 DJ가 멋있게 보였는지….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렇게 팝송에 심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스테레오 방송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 등 팝송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을 스테레오 뮤직으로 들으며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스티비 원더, 올리비아 뉴턴 존 등 추억의 팝스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니’ ‘아이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회사의 음질 좋은 이어폰을 하나 장만하면 빵빵하게 들리는 스테레오 사운드에 빠져 하루 종일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한국에서 라디오 FM 스테레오 방송이 처음 시작된 건 1970년 2월 1일부터였다.

모노 방송은 양쪽의 스피커에서 같은 소리가 나오는 데 반해 스테레오 방송은 스피커에서 각자 분리된 소리가 나와 훨씬 생생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양쪽 귀에서 들리는 ‘쿵쾅 쿵쾅’ 하는 입체적인 소리에 가슴이 ‘쿵쾅 쿵쾅’ 뛰었던 기억이 난다.

국내 음반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 시기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FM 스테레오 방송을 통해 팝음악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지구’ ‘오아시스’ ‘성음’ 등 음반회사들은 속속 외국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음반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음반산업은 1970년대 중반 뮤직 카세트테이프가 나오면서 날개를 달았다.

1970년 FM 스테레오 방송을 처음 시도했던 동양방송은 정부의 언론통폐합 조치 때문에 1980년 11월 30일을 마지막으로 KBS로 통합됐다.

‘라디오 서울’이 모태인 동양방송은 당시 유럽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하던 스테레오 방송 시스템 기재를 과감하게 도입해 국내 최초의 FM 스테레오 방송을 하는 등 동아방송과 함께 ‘추억의 방송’으로 기억되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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