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65년 링컨 美대통령 피격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1분


6일 미국 워싱턴의 한 서점에서 미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만났다.

미 국무부의 각국 전문가 초청 행사인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IVLP)’에 참가하던 중 자유시간이 조금 주어졌을 때였다.

실재 인물을 만난 게 아니라 1865년 4월 14일 존 윌크스 부스라는 배우의 저격을 받고 다음 날 링컨 대통령이 숨졌을 때 미국인들이 겪었던 깊은 슬픔을 만난 것이다. 역대 대통령 부처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펴낸 ‘내 사랑 대통령(My Dear President)’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책에 수록된 편지들은 미 의회도서관이 소장해 오던 것이다.

“이 나라의 큰 기쁨은 갑자기 너무 큰 슬픔으로 바뀌었소. 이 끔찍한 비극보다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하고 충격에 빠뜨린 일은 없었소.”

훗날 19대 대통령이 된 러더퍼드 헤이스가 같은 해 4월 16일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링컨은 치열했던 남북전쟁이 남부의 항복으로 끝난 지 5일 만에 피격된 것.

암살자 부스는 남부 버지니아 주 출신으로 전쟁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중에 20대 대통령이 된 제임스 가필드도 같은 해 4월 17일 부인에게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내 마음은 이 엄청난 국가적 상실로 무너져 생각할 수도, 글을 쓸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을 지경이오. 모든 이의 가슴에 오로지 큰 슬픔밖에 없소.”

가필드 같은 대정치가도 링컨의 상실을 혼자 극복하기 힘들었던 듯하다. 당시 뉴욕의 한 호텔에 묵고 있던 그는 “내 인생 어느 때보다 당신(부인)과 함께 있고 싶다”고 적었다.

북군을 승리로 이끌었고 훗날 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율리시스 그랜트도 마찬가지였다. 4월 16일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링컨 없는 미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당대의 시인 제임스 러셀 로웰은 링컨의 죽음에 대해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링컨)을 위해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썼다고 미 국무부가 발행한 ‘미국의 역사’에 소개돼 있다.

‘미국의 역사’는 링컨이 예나 지금이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영원히 둘로 쪼개졌을 수 있는 미국을, 폭력과 억압이 아닌 따뜻한 관용으로 다시 하나로 묶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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