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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6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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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 유사한 과학적 결과 및 의학적 이득을 달성하면서도 윤리적 문제가 없는 연구의 가치를 무시하는가. 왜 하필이면 그토록 윤리적 문제가 많은 두 연구, 즉 인간배아 복제와 이종간 교잡에 집착하는가. 진정 창의적인 과학자라면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종교계 및 시민단체가 배아 연구의 허용범위에 관해 조금만 양보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애당초 그들은 14일 이내의 배아만을 연구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수개월 전부터 느닷없이 이종간 교잡을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유는 모두 질병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질병에 의한 인간의 고통은 끝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줄기세포의 수요가 있지만, 내일은 배아 및 태아의 장기를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의 동물 연구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간배아를 연구에 사용하되 자궁 착상만 막으면 된다는 그들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제한된 사용이나마 배아복제를 허용한다면 복제 인간 탄생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기술은 점점 완벽해질 테고 복제된 배아는 이용 가능할 것이므로 복제 인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실행에 옮기기가 훨씬 더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 인간 생명을 다루는 데 한계를 정할 수 있다는 우리의 능력을 과신해서도 안 된다.
정부의 대처 방식도 안일하다. 국가의 존립근거 중 첫 번째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있을진대, 어찌하여 우리 정부는 미래 우리 국민인 배아의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생명공학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서만 대우하려 하는가. 더구나 배아복제가 허용되면 인간 배아가 일상적으로, 대규모로 생산되고 파괴될 것이 자명하다. 선진국 정부들은 생명공학을 중시하면서도 배아의 생명권을 세심하게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왜 우리 정부는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뒤로 한 채 국내 여론 떠보기에만 급급한가.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복지부와 과기부 공무원이 1명씩 포함되도록 되어 있다. 정부의 자문위원회에 공무원이 간사위원이 아닌 정위원으로 포함된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현존하는 정부 내 자문위원회 중 공무원이 정위원인 위원회가 단 하나라도 존재하는가.
법안은 인간배아 복제와 이종간 교잡을 금지하지만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이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다가올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바란다.
■이 글은 지난달 24일자에 게재된 신현호 변호사의 ‘생명윤리법 복제술 규제 자나쳐’에 대한 반론입니다.
구영모 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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