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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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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 오·폐수 등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매립지나 축산농가 주변 등 각종 환경오염지역에 나무를 심어 환경오염 정화는 물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목재자원을 확보하는 국민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 선조는 여아가 태어나면 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고 했다. 그 목적은 아기의 탄생을 기념하고 또한 자라서 혼기에 이르면 혼수의 필수품인 장롱을 만드는 데 쓰고자 함이었다. 이때 심는 장소는 외양간이나 화장실 주변이었다. 외양간이나 화장실 주변은 대개 공터여서 우선 나무가 혼기에 이르러 장롱을 만들 정도로 크게 자랄 수 있는 장소다. 게다가 땅속으로 스며든 분뇨는 나무가 자라는 데 필수적인 영양분으로 쓰인다. 또 나무가 그 장소에서 자람으로써 악취 제거, 식수원인 우물의 오염 방지 등 주거생활에 해로운 요인을 줄인다. 이는 바로 환경선진국인 미국, 독일, 스웨덴 등에서 최근 환경정화의 선도기술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나무나 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법(ph-ytoremediation)이다. 우리 선조가 얼마나 지혜로웠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식물에 의한 환경정화법이란 식물 뿌리가 오염물질을 여과하고 토양미생물의 분해활동을 촉진하는 것, 체내로 오염물질을 흡수 또는 분해하는 정화작용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 첫 번째는 오동나무같이 생장력이 왕성하고 뿌리 발달이 좋아 수분흡수력이 뛰어난 식물을 심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은이나 납과 같이 생명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분해시켜 무독화할 수 있는 외래 유용 유전자를 유전공학기술로 유전변형체(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로 만들어 오염이 심한 곳에 심는 방법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서울 난지도와 같은 쓰레기매립장이나 축산농가 등지에 심은 3년생 포플러 한 그루가 하루 5ℓ 내외의 폐수를 흡수해 일부는 생장에 이용하고 대부분은 증산작용으로 대기 중에 방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이런 곳의 나무는 폐수에 과다하게 포함된 질소 인산 등 유익한 양료를 공급받아 조림지에 비해 배에 가깝게 잘 자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생명체에 치명적인 중금속 오염물질을 정화 및 무독화할 수 있는 유용 유전자를 지닌 유전형질 변형 나무를 개발하는 일은 토양이나 수질오염 방지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된다.
오염물질 흡수력이 큰 포플러나무 오동나무 백합나무 등을 심을 경우 오염물질 처리비용의 상당한 절감은 물론 사람들이 기피하던 쓰레기매립지나 오염지역을 녹지공간으로 전환시켜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완용 임업연구원 임목육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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