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캠페인/인제군 진동계곡 양수발전소 공사장]

  • 입력 1997년 11월 3일 07시 34분


서울에서 강원 인제군 기린면 현리까지 자동차로 5시간. 다시 진동리쪽으로 비포장도로를 1시간여 달려야 펼쳐지는 깊은 진동계곡.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이 계곡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 사향노루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세계적 희귀종인 한계령풀 금마타리 등 희귀식물이 지천으로 자라 학자들이 평생의 연구과제로 삼았다던 곳이다. 그러나 「남한의 마지막 원시림」 진동계곡에는 지금 안타깝게도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동양 최대규모가 될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공사장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흘려보낸 폐수때문에 맑은 물에서만 사는 열목어의 서식지였던 계곡물은 푸른빛을 잃었다. 진동리 주민 홍순경(洪淳慶·45)씨는 『5천억원을 넘게 들여 공사를 하면서 폐수 정화시설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식수원인 내린천까지 석회질 섞인 폐수가 흐른다』며 『주민들이 폐수배출 사진을 찍어 한국전력을 고발해 놓았다』고 전했다. 수로터널을 뚫느라 계곡은 이미 5군데나 관통상을 입었다. 그래도 불도저 포클레인 착암기 등 중장비들은 멈출줄 모르고 푸른 산림을 무자비하게 깎아내고 있었다. 군데군데 공터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흙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쓴채 나뒹굴고 있었다. 지프로 10분정도 진입로를 달리면 발아래 펼쳐지는 거대한 웅덩이. 해발 9백35m 지점에 숲을 밀어내고 파놓은 상부댐으로 6만평 규모에 최대지름 3백60m. 댐 저편에서는 공사에 필요한 골재를 얻기 위해 능선을 계속 벌채하고 있었다. 이곳에 살던 금강초롱 금강애기나리 도깨비부채 관중 등 법정보호식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전 양양 양수건설처 박용만(朴鎔滿)토목부장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라 1천6백62그루를 옮겨 심었다』고 설명했지만 『이식지가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상부댐에서 내려와 군사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조침령을 넘어 1시간여를 달리면 양양군 남대천 지류에 발전소 하부댐이 나타난다. 상부댐과 하부댐이 터널로 연결되면 우리 민족의 정기가 흐른다는 백두대간의 옆구리에 큰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하부댐은 상부댐의 4배가 넘는 24만8천평 규모. 높이 53m의 댐이 완공돼 물을 가두면 주변의 울창한 숲은 수몰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댐이 멀리는 알래스카에서 4만리길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 연어들의 젖줄을 끊어놓게 된다는데 있다. 국내 최대의 연어 회귀천인 남대천은 하부댐에서 불과 6㎞ 떨어진 곳에 있다. 남대천에는 지금 하루 3백∼4백마리의 연어가 올라와 어른 넓적다리만한 몸을 놀리며 신나게 자맥질을 하고 있다. 수온이 8∼11도로 일정하고 깨끗한데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바닥이 있어 산란에는 안성맞춤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국 회귀량의 75%인 2만여마리의 연어가 모천의 냄새를 잊지않고 찾아가 1천5백여만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동해로 돌아가 성장한 연어는 어민들에게 연간 30억원의 소득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하부댐이 완공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남대천 상류에서 물을 가둬놓으면 수량(水量)이 줄고 수질도 나빠져 민감한 연어가 찾아오기 힘들게 됩니다. 전기는 수입해서 써도 되지만 남대천은 어떻게 합니까』 남대천보존회 이태희(李台熙)회장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인제·양양〓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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