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저물어 가는 공화당의 시대

입력 2000-11-07 19:11수정 2009-09-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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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스스로 오고 가듯 정치의 시대도 소리 없이 오고간다. 193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허버트 후버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우리는 한 시대가 마감되고 다른 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이전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도 우리는 그것이 정치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의미함을 나중에야 알게되었다. 말하자면 우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쟁이나 경제적 재앙이 없다면 정치적 계절은 조용히 오고가기 때문에 인식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미국에서 20세기 후반부는 ‘공화당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유리한 여건에서 선거에 임할 수 있었다. 그들의 정강정책은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민주당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념적 색깔 논쟁에 휘말릴까 두려워 조심조심 말을 해야했다.

대부분의 경우 공화당의 승산이 미리 점쳐지고 민주당은 이리저리 숫자를 꿰어 맞추어야 겨우 겨뤄볼 만하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이제는 공화당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자신들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주가 어디이고 어느 주에서 약세라는 것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어버렸다. 이는 이번 선거의 승패와는 상관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공화당의 시대’란 어떤 것이며 왜 그들의 시대는 끝이 났는가.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사이 서구사회는 커다란 흐름에 대응하는 ‘문화적 반동’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범죄증가, 사생아 출산 및 약물중독에 반대하는 시위 그리고 종교 애국심 권위 및 전통적인 가정생활을 보호하자는 운동 등이 그 구체적 사례이다. 그 뿌리는 월남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같은 분위기는 오랜 기간을 거치는 동안 기독교 행동주의 및 1990년대 초의 반낙태운동 등을 탄생시켰다.

정치적 시대는 단순히 한 사건이나 한 대통령의 당선으로 판가름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한 사건이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신호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례로 나는 1992년 빌 클린턴이 오리건주에서 동성애자들의 모임에서 연설하는 것을 목도했는데 이는 4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양성과 다원화가 도덕적 선이 되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사회적 윤리가 허용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낙태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는 쪽은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이 된 셈이다.

‘문화적 반동’시대가 가고 공화당의 유리한 조건이 사라진 시대라면 무엇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는가. 민주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되면 그것은 1976년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래서 비우호적인 사회분위기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그런 식이 될 것이다.

앨런 어랜헐트(가버닝매거진 편집장)

(http://www.nytimes.com/2000/11/05/opinion/05EH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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