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인]伊 피아트그룹 「투톱회장」시스템 박차

  • 입력 1998년 7월 5일 19시 42분


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자존심 피아트가 ‘투톱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피아트그룹은 지난달 말 파올로 프레스코(65·사진) 제너럴 일렉트릭(GE) 부회장을 제2회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파올로 칸타렐라 1회장과 투톱으로 경영을 맡는다.

두 사람의 최고경영자를 둔 것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에선 이례적인 일. 이탈리아 언론은 이를 ‘파올로―파올로 체제’로 이름붙였다. 프레스코는 국제업무를, 칸타렐라는 신차 개발을 각각 전담할 예정.

36년간 GE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프레스코회장은 철저한 미국식 경영방식 신봉자. 92년 이후 6년간 그룹부회장으로 잭 웰치 GE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피아트의 군살제거 작업도 본격화했다. 알프스산록의 대형 리조트단지를 처분했고 화학산업도 포기했다.

기준은 단 하나. 본업인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되느냐는 여부였다. 보험과 항공산업도 곧 팔아치운다는 내부방침이 마련돼 있다.

프레스코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합병 추진. 피아트의 사실상 소유주인 아그넬리스 일가(一家)가 그를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벤츠와 크라이슬러는 단일기업으로도 버거운 상대”라며 “이들이 합친만큼 우리도 합병없인 미래가 없다”고 공개 선언했다.

96년초 칸타렐라회장 취임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바람이 불기 시작한 피아트의 글로벌 경영전략은 프레스코의 가세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