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하락 이어지면 한발 물러나 쉬어 가는 게 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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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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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격언 쉬는 것도 투자다

수시로 주식 사고팔다 보면 조정국면 제대로 대응 못해
투자리듬 잃고 실패 반복땐 한박자 쉬는게 오히려 이익

흥부와 놀부가 동시에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갔다. 두 사람 앞에 있던 커다란 통 두 개 중 한 통에는 꿀이, 다른 통에는 오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염라대왕은 통을 하나씩 골라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놀부가 잽싸게 먼저 꿀통을 차지하는 바람에 흥부는 어쩔 수 없이 코를 막으면서 오물통 속으로 들어갔다. 목 깊이까지 들어가 10분이 흐른 뒤 염라대왕이 그들에게 나오라고 하고는 이렇게 명령했다. “각자 서로 마주보고 핥아라!” 얼마 후 흥부와 놀부의 아내들도 동시에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섰다. 그녀들 앞에도 꿀통과 오물통이 놓여있었다. 놀부는 염라대왕 몰래 마누라에게 자기 경험을 말해줬다. 남편에게 귀띔을 미리 받은 놀부 아내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오물통으로 들어갔고 흥부 아내는 영문도 모르고 꿀통에 들어갔다. 역시 10분이 흐른 뒤 염라대왕이 여자들을 통에서 나오게 하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각자 남편들 나와서 자기 마누라 핥아라!”

이번에는 흥부와 놀부가 환생을 해서 주식투자를 했다. 흥부는 조선업종을 샀고 놀부는 반도체업종을 샀다. 조선주들은 주문이 밀려들며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매일 주가가 올라가고 반도체 주가는 공급 과잉으로 계속 하락했다. 초조해진 놀부는 반도체주를 손절매하고 조선주를 샀고 흥부는 조선주를 팔아 이익 실현을 하고 반도체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해운경기가 악화돼 조선주들은 폭락하고 시간이 흘러 각국 정부의 부양책이 나오고 수급이 호전되자 반도체주는 급등을 거듭했다. 약이 바짝 오른 놀부는 다시 조선주를 손절매해서 반도체주를 샀고 흥부는 주식을 다 팔고 현금을 보유했다. 그러자 이번엔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흥부는 큰 부자가 됐고 놀부는 빈털터리가 됐다.

일단 주식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사례가 많다. 한 종목을 매입한 후 이익을 본 사람은 또 다른 이익을 추구하며 다른 종목을 사게 되고 손실을 본 사람은 손실을 만회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각오로 새 종목을 사게 된다. 매일 주식시세를 쳐다보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거나 허전하고 자주 주식매매를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하는 사람조차 있다.

이렇게 수시로 주식을 사고팔게 되면 매매수수료나 증권거래세 등의 부담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도 주가의 조정국면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대세 상승국면이라고 하더라도 크고 작은 조정국면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러한 조정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상승국면에서 얻은 이익을 다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주가의 움직임을 크게 나누면 상승 초기국면, 상승 말기국면, 하락 초기국면 그리고 하락 말기국면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상승 초기국면이 주식을 매수할 시점이라고 한다면 상승 말기국면이나 하락 초기국면은 주식을 매도할 시점이라고 하겠고 하락 말기국면은 시장을 관망하면서 쉬어야 하는 때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주식을 계속 샀다 팔았다 하다 보면 현금을 보유하고 기다려야 할 하락국면에서 오히려 주식을 움켜쥐고 심한 마음고생을 하거나 뒤늦게 큰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아무리 경험이 많고 노련한 투자자라 하더라도 투자의 리듬을 잃고 주식매매가 뜻한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계속 무리를 해서 투자를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며 실패를 자꾸 반복하게 되기 쉽다. 이럴 때는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잠시 멈추고 현금을 보유한 채 쉬고 있으면 마치 좋은 기회를 잃는 것처럼 생각하고 계속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는 빨리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다. 쉴 줄 아는 투자자는 이익을 볼 때 확실히 벌고 손해를 볼 때는 적게 잃는다. 주식투자는 ‘사고’ ‘파는’ 두 단계의 과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 ‘팔고’ ‘쉬는’ 세 단계의 과정이다.

끊임없이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투자자보다 쉬어야 할 시점에서 한 번씩 쉴 줄 아는 투자자가 투자수익 측면에서 앞선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쉬는 것도 투자의 중요하고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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