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훌륭한 기업의 일시적 위기…

입력 2009-04-06 02:53수정 2009-09-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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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바로 훌륭한 투자기회

때론 ‘청개구리식 투자’가 필요하다

1993년 코카콜라 주식 하락때 풋옵션 발행 750만달러 벌어

1964년 아멕스카드 위기땐 1300만달러 투자 3배이상 수익

“부자가 되는 방법은 우선 문을 닫으십시오. 사람들이 탐욕스러워질 때 두려움을 가지십시오.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지십시오.” ―워런 버핏,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1993년 4월 2일 금요일, ‘필립 모리스’는 브랜드가 없는 담배들과 경쟁하기 위해 말버러의 가격을 2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말버러 금요일’ 발표가 나간 후 ‘코카콜라’를 비롯해 유명 상표의 주식들이 하락했다.

코카콜라의 대주주인 버핏은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는 원래 옵션거래를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풋옵션을 매도(발행)했다. 1993년 12월 17일이 만기이며 주당 35달러에 300만 주를 매입해 주는 조건이었다. 코카콜라의 기업 가치를 고려할 때 그 정도 가격까지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거래를 통해 버핏은 750만 달러를 벌었다.

1963년 말 신용카드와 여행자수표에서 선두 기업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사기 사건에 휘말려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뉴저지의 저장창고에 샐러드오일을 담보로 창고증권을 발행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는 샐러드 오일이 없었다. ‘앤서니 드 앤젤리스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기업사기꾼 앤서니 드 앤젤리스는 샐러드오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조작해 신용 사기를 계획했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식물성 기름 선물에 투자해 돈은 모두 날린 뒤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엄청난 금액의 사기를 당했고 수억 달러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버핏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핵심 사업에 타격을 받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버핏은 오마하에 있는 그의 단골 스테이크 전문점과 여타 점포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와 수표를 사용하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 금전등록기 뒤에 서서 손님들이 식대를 지불하는 것을 엿보았다. 가게 주인들은 여전히 이 카드를 받고 있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제국은 손상되지 않은 채 건재했다.

1964년 버핏은 주당 65달러에서 35달러로 떨어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13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그 후 2년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은 세 배로 뛰었고 5년 뒤에는 주당 189달러가 되었다. 이 거래로 버핏은 원금의 3배 이상인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의 사례는 버핏의 전형적인 투자기법의 한 예에 불과하다. 버핏은 항상 훌륭한 기업이 비틀거릴 때를 주목한다. 즉, 훌륭한 사업체가 일시적으로 어렵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가 바로 훌륭한 투자 기회였던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버핏이 싼 가격에 많은 우량기업에 대한 출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시장의 군중심리나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기업 가치에 의해 투자하는 버핏식 투자 기법은 주가 상승기에도 잘 나타났다. 흔히 ‘닷컴 버블’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투기열풍이 불던 1999년,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1998년 중반 8만 달러였던 주가는 2000년 초 4만8000달러로 하락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당시 투기붐을 이루었던 인터넷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그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버핏을 비난했다. 심지어 건강에 관한 무성한 소문과 분별력을 상실했다는 기사까지 등장하곤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대신에 반 토막난 해서웨이라는 뜻의 버크셔 하프웨이(Berkshire Halfway)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욕심에 가득 차 있을 때 버핏은 두려워했다. 마침내 닷컴 버블은 무서울 정도로 침몰했고 주식시장은 한동안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런 시기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오히려 순자산 가치의 증가와 더불어 상승했다. 버핏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나타나게 된 것이다.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그는 올해 상반기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현재 시장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전반적인 시장침체와 더불어 크게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찰리와 저는 여기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자사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가격 하락을 오히려 환영할 것입니다. 양말이든 주식이든 저는 가격이 하락했을 때 질 좋은 상품을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는 크게 하락한 상태다. 기업들의 자산가치 대비 주식의 가치는 10년 만에 1 대 1 이하(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로 내려왔다. 기업 가치에 근거해 장기 투자한다면 현재와 같은 주가 침체기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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