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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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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을 찾아볼 수 없고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것처럼 복도 등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절로 듭니다.
최근 들어 이들을 구제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른바 ‘모럴해저드 ’문제입니다.
빚을 못 갚는 상당수는 ‘정말 갚을 돈이 없어서’이지만 이 중 ‘버티기’식의 신용불량자들도 적지 않다는 게 금융기관 담당자의 전언입니다.
이들 때문에 금융기관과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태는 16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가 최고 70%의 채무를 탕감해준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습니다.
캠코는 “일반적으로 원금 30% 탕감이며 다만 6개월간의 특별 이벤트 기간에 갚으면 최대 원금 50%(원리금 기준으로 70%)를 깎아 준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캠코 경영진 중 누군가가 이 ‘특별 이벤트’를 강조해 언론에 흘렸고 모든 관심의 초점이 이 특별 이벤트에 집중되어 버린 겁니다.
마침내 혼란이 가중되자 금융감독위원회가 23일 실태 점검에 나섰습니다. 결국 캠코의 빚 탕감규모는 다소 줄고 시행 시기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습니다.
캠코가 느닷없이 이런 ‘채무 탕감안’을 들고 나온 배경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부실채권정리기금법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자산관리공사의 가장 큰 업무였던 기업 워크아웃이 거의 끝나간 상황에서 캠코가 부실채권시장에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확대된 조직에 걸맞은 일거리를 계속 찾기 위해서라는 해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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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찌됐건 캠코의 미숙한 결정이 좋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후유증이 부디 향후 신용불량자 처리의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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