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홍찬선/뉴욕 '큰손'과의 테니스 인연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49분


이원익 도이치투자신탁운용 사장은 테니스 실력으로 덕을 봤다고 합니다.

이 사장이 쌍용증권(현재 굿모닝신한증권) 뉴욕사무소장으로 일하던 80년대 중반, 테니스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당시 뉴욕에는 대우증권과 쌍용증권만이 사무소를 두고 있었는데, 주요 업무는 코리아펀드(KF)에서 주식 매매 주문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KF는 주로 대우증권과 거래하고 있어 이 소장은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바꾼 것이 바로 테니스였습니다.

KF 설립을 주도한 ‘큰손’ 니콜라스 브래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우증권 임직원과 테니스를 했는데, 아무도 그를 이기지 못했답니다. 브래트가 “한국 테니스 수준이 이 정도냐”고 운을 뗐을 때 누군가가 “뉴욕의 이 소장과 겨뤄 이겨야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브래트와 이 소장은 뉴욕 테니스 코트에서 만났습니다. 첫 승부는 이 소장의 대역전승 드라마. 이 소장은 악착같이 뛰어 9 대 7로 역전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자주 테니스를 쳤고 친해진 덕분에 이 소장은 때로는 대우증권보다도 많은 주문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 소장은 브래트의 추천으로 도이치투자자문 사장이 됐다고 하네요. 브래트는 월가에서는 아주 유명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 소장은 그의 소개로 조지 소로스를 만났고 외환위기 때 소로스가 한국에 관심을 갖고 몇가지 투자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이 사장의 테니스 행운은 언제 어디서 중요한 사람과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평소에 스포츠와 악기(플루트나 피아노 등) 한두 가지는 꼭 해두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홍찬선 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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