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신당추진' 민주당내 엇갈린 시각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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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주류측이 ‘5·16 워크숍’을 통해 신당추진모임을 발족시켰으나 신당의 성격을 ‘개혁적 통합신당’으로 모호하게 표현하는 등 지향점이 불분명해 그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친노(親盧) 강경파들의 위장전술”로 경계하는 시각과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할 수 있는 위험신호”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세 확대가 우선이다”=정대철(鄭大哲) 대표와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신주류 중진들과 중도 온건파 의원들은 16일 워크숍에서 ‘민주당의 가치 계승’과 ‘(신구주류) 차별 없는 참여’가 합의된 만큼 중도개혁세력이 신당의 주축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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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당추진모임 의장을 맡은 김 고문은 앞으로 신당 간판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도 중도파는 물론이고 구주류까지 포용해 최대한 많은 인원을 신당에 참여시킨다는 계산이다.

이달 말쯤 당무회의에서 합법적으로 신당창당기구를 발족시킬 수 있도록 워크숍 불참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일쯤 구성될 신당추진위 실무소위 위원도 계파별로 안배해 15인 안팎으로 인선할 방침이다.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은 ‘통합과 개혁 모임’의 강운태(姜雲太) 박주선(朴柱宣) 김성순(金聖順) 최영희(崔榮熙) 의원 등도 17일 모임을 갖고 “워크숍에서 천명한 신당 추진 방향은 분당이 아닌 개혁적 통합정당이어야 한다는 우리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신당 가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들은 “신당 논의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친노 개혁파들이 일단 세불리기에 성공한 뒤 정작 창당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주도권을 쥐고 자신들을 ‘들러리’ 취급할지도 모른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비수 감춘 위장전술에 불과하다”=민주당 고수파는 신주류가 ‘탈레반(강경개혁파)’들의 ‘탈호남 탈DJ’ 주장을 뒤로 물리고 당내 모든 세력을 끌어안는 형태의 신당 추진을 주장하지만 실은 ‘합법적 쿠데타’를 위해 “일단 모두 참여시키고 보자”는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주류는 신주류가 일단 ‘모든 세력을 포용하겠다’고 한 만큼 신당 논의를 마냥 거부할 수는 없다고 보고 ‘민주당 해체 및 분당 반대’ 등의 전제를 내세워 논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신주류를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구주류는 그동안 구수 모임을 통해 △비공식 기구가 아닌 당무회의 등 공식 절차를 통한 신당 논의 △신주류 일방이 아닌 동등 지분 보장 △특정인 배제를 요구했던 사람의 신당기구 참여 거부 등의 요구조건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18일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범위 안에서 문호개방을 통한 외연확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경우든 분당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해체’에 반대하는 당내 의견을 무시하고 창당을 강행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 전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중을 파악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16일 워크숍은) 공식기구가 아니고 당 외곽에서 변칙적으로 모인 사설단체 모임”이라며 신주류 일방의 신당논의를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순형(趙舜衡) 함승희(咸承熙) 의원 등 신주류이면서도 비공식 신당추진기구 구성을 비판해온 의원들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함 의원은 “16일 워크숍은 민주적 의견수렴을 무시한 채 ‘보이지 않는 손’의 의도대로 ‘작전’을 이끌어갔다”며 “개혁을 내세우면서 정작 행태는 권위주의 세력의 낡은 행태를 답습하는 독선적 세력으로는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개혁파의 불만=정동영(鄭東泳)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 강경개혁파 의원들은 일단 워크숍에서 ‘통합’을 강조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주류까지 무원칙하게 끌어들임으로써 자칫 ‘도로 민주당’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사실상 신당창당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신기남 의원은 “포용의 자세로 가면서도 신당의 선명성이 유지돼야 한다. 일견 모순으로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잘 될 것이다”며 “민주당 내부와 외부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개혁 쪽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최측’인 신주류가 워크숍에서 ‘포용’에 무게를 두는 자세를 보인 데 대해 “민주당 해체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다. 당내 분란이 일면 에너지가 분산돼 일이 잘 될 수 없다”며 당 밖의 개혁세력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부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전국에서 ‘정치개혁’ 모임을 주도하는 시민세력들은 민주당 밖에서 다음달 초 지역대표 2000여명이 참여하는 전국조직인 ‘범개혁신당추진 운동본부(가칭)’를 발족해 ‘개혁세력 주도권’ 확보전에 가세할 움직임이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개혁세력과 접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신 의원의 ‘단계적인 개혁세력 주도권 강화론’을 뒷받침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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