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법]배우자 동성애도 이혼사유 되나요?

  • 입력 2001년 3월 12일 19시 17분


최모(41) 변호사는 최근 이례적인 이혼상담을 했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은 30대 중반의 주부 A씨. 어렵게 말을 꺼낸 그 부인은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외도의 내용이 뜻밖이었다. 남편의 상대방이 남편의 대학 후배 남자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동성애관계였다.

A씨는 “얼마 전 친정에 갔다가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이 안방에서 그 대학후배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최변호사는 전했다. A씨는 “남편이 부정(不貞)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상 함께 살 수가 없다”며 이혼소송을 낼 수 없느냐고 상담했다.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A씨 남편의 행위를 법률상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 민법학자들은 ‘부정행위’를 이성(異性)간의 관계로 제한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변호사는 고민 끝에 이 규정 대신 같은 조항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말해주고 A씨를 돌려보냈다.

최변호사는 “최근들어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상담해오는 의뢰인들이 가끔씩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직장생활 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이혼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B씨는 최근 남편 C씨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나타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가 남편이 정기적으로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는 사실을 알고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최근에 배우자의 정신질환이 새로운 이혼사유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우울증이나 신경증 등 중증(重症) 정신병으로 보기 어려운 증세로 이혼청구를 하는 사례가 많은데 상대방인 남편은 대기업 사원 등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빡빡한 직장생활 등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인지 아닌지 판별하기도 어려워 판결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형·이정은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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