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④]김세원/경제 체질 바꿔야 산다

  • 입력 1998년 2월 11일 21시 02분


새 정부의 집권기간인 21세기초까지 국제경제질서나 국제분업에서 많은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 결과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내에서 진행된 각종 서비스협정은 2000년을 전후해 실현되거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영화 규제철폐 경쟁촉진 및 개방 등 경제적 자유화조치는 세계시장의 통합을 더욱 가속화할 것 같다. 이와 함께 2000년대 초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경제통화통합(EMU)이나 미국 주도하의 전미주자유무역지역(FTAA)실현은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권이 재편성될 것을 예고한다. 또한 중국이 초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인지 판가름나는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통한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산업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적 문화와 관행에 기초하여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 및 질서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분업체제의 재편에 대비해 현재의 왜곡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특화(特化)를 촉진시켜 세계적인 경쟁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차기 김대중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같은 과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자본금융시장의 투명성 안전성 및 공정성 확보를 비롯해 규제정비, 창의적 교육제도의 도입, 전문인력의 양성 연구기술(R&D)지원, 벤처중소기업육성 그리고 정보화지원 등은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전제조건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고 있는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조정비용을 치르더라도 한국경제가 스스로 시도했어야 할 개혁과제들이다. 불행히도 타율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대기업집단을 비롯한 기업경영개혁 그리고 금융산업의 개편 및 국제화 등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자본금융시장의 조기개방에 대비해 국내 관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저성장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을 극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시급히 요청된다. 새 정부가 당면한 최대 과제중 하나는 1천5백억달러를 웃도는 외채의 상환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가 IMF체제로부터 탈출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의 하나는 경상수지 흑자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특화산업의 육성이 요청되며 단순히 산업간 조정뿐만 아니라 산업내 또는 기업내 조정을 통해 경쟁력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섬유나 신발류 산업도 기술개발 및 정보화를 추진할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은 선진경제의 운영방식을 배우고 이를 국내문화에 맞게 정착시켜 나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일부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제도를 도입했으나 시행착오를 거듭하거나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경제운영의 차원에서 의사결정체계를 확립하는 일이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의사결정의 테두리내에서 법제도가 뿌리내릴 때 비로소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설치된 노사정(勞使政)위원회는 앞으로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적 시장경제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OECD가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김대중정부가 안아야 할 과제다. 경쟁정책, 금융통화정책, 고용인력정책, 기업정책 등을 비롯해 시장경제의 틀을 확정해 나감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투명한 경제질서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의 확립과 함께 법의 지배가 실현될 때 시장경제는 꽃필 수 있다. 새 정부에서는 경제발전과 병행하여 민주주의의 정착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및 조직경제가 상호조화를 이루어야만 바람직한 경제발전이 가능해진다. 이 셋중 어느 하나만 강조될 때 균형은 깨지고 사회경제적 불안이 조성될 수 있다. 끝으로 새 정부는 취임초기에 철학과 비전이 담긴 중장기적 경제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더불어 필요한 경제개혁을 금년내 마무리하고 나머지 기간에 그 내용을 단계별로 실현해 나가는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김세원(서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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