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스케치]끝내 안열린 자물통 정태수씨

  • 입력 1997년 4월 7일 20시 11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재판중이라 말할 수 없다』 『장부가 없어 말할 수 없다』 「자물통 입」으로 소문난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7일 열린 한보청문회에서 여야 특위위원들이 정태수리스트 대선자금 등 대답하기 곤란한 사안을 캐물을 때마다 내놓은 「단골 답변」들이다. 또 정총회장은 여야 위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아예 묵묵부답으로 버티거나 당당한 태도로 맞받아치기도 했다. 특히 한보철강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코렉스설비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첨단 열연설비를 도입했다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은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했다. 또 정태수리스트에 정치인이 주로 포함돼 있느냐, 직접 돈을 주었느냐는 물음에는 『재판중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발을 뺐다. 정총회장은 그러나 대선자금 등에 관한 신문에는 단호하게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회의 趙舜衡(조순형)의원 등이 『92년 대선직전 1백50억원을 당좌대월받은 것은 대선자금과 관련있는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대선직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선자금의 대가로 거액대출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땅이 있어 요청하니까 적정하게 대출해준 것이다』고 말했다. 또 15대 총선직후 현찰로 33억원을 인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칠십이 되면 결재해도 기억이 없을 수 있다』고 발뺌했다. 청문회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전 여야위원들은 일제히 정총회장의 불성실한 답변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은 증인을 제지하지 않은 玄敬大(현경대)위원장이 사회를 잘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불리한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정총회장은 오후에는 태도가 조금 변해 눈을 내리깔고 다소 풀이 죽은 모습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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