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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이 '천지개벽' 하려면

입력 2001-01-21 16:59업데이트 2009-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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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록 양국 정상이 “공동관심사인 중대한 국제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김위원장의 주 방문지가 중국식 자본주의의 메카인 상하이(上海)였다는 데서 방중의 우선적 의미가 경제개발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위원장이 상하이의 ‘천지개벽할 거대한 변화’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수행하던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에게 “도대체 그동안 무얼 했느냐” “젊은 새 일꾼들로 싹 바꾸겠다”고 수차 질책했다는 소식은 북한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그가 현지의 일본 NEC반도체공장과 ‘미 제국주의’의 GM공장, 그리고 개방의 상징인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것이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바탕으로 경제개혁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라면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됐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는 북한의 이같은 자세에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변화 여부 그리고 정책적 실천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고자 한다. 북측의 진의가 순수하다면 그들의 개방정책이 성공적 결실을 얻도록 남쪽이 지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전제로 주문을 하자면 북한은 본질적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선 폐쇄적 성격의 북한 내 법과 제도 그리고 의식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진 선봉지구 개방정책이 실패한 것은 인프라의 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개방을 수용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가장 서둘러야 할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위탁가공용 원자재를 싣고 남포항에서 대기하다가 아무런 이유없이 입항을 거부당해 지난주 한달 보름만에 인천으로 돌아온 우리측 화물선의 경우를 보면 북한 당국자들의 의식구조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외국투자자에 대한 배타적 의식 때문에 요란스럽게 추진된 남북합작 사업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북한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개방을 위한 수용태세를 갖추겠다면 체제의 유연성은 가장 큰 전제조건이다. 체제가 융통성을 가질 때 북한의 국제적 관계도 개선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개혁 개방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 북한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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