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릭스 vs 가다실, 우리 딸 어떤 백신 맞혀야 하나

  • 입력 2016년 7월 7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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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숙녀들의 여성건강을 위해 정부가 나선다. 오는 20일부터 2003~2004년 출생 여아 47만명이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받게 된다. 예방접종을 하러 방문한 보건소·의료기관에서는 전문의료인이 건강상담까지 해주고 6개월 간격으로 2회 무료로 접종을 진행한다. 백신은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와 한국MSD의 ‘가다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국내 여성암 중 7번째로 많은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대개 성관계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현재까지 150여 종 이상의 HPV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약 15종이며 이 중 16·18형은 자궁경부암에서 약 70%가 발견돼 대표적인 발암 원인이라고 정의했다.

이들 두가지 백신은 모두 16·18형을 예방해 어릴 때 미리 백신을 맞아두면 성생활을 시작한 뒤로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질 확률이 높다. 자궁경부암은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미리 백신을 접종받고 꾸준히 검진받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소아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미국 CDC 등은 11~12세 소녀에게 의무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엄마들이 딸과 함께 내원한 뒤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어떤 백신을 선택할지’의 여부다. 두 가지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는 점은 같지만 예방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무조건 비싼 백신으로 맞춰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 백신 접종을 통해 원하는 궁극적 효과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하다.

오래 지속되는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 원한다면 ‘서바릭스’

이들 두 제품은 경쟁 제품 대비 강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가다실은 4가 백신으로 예방 범위가 넓은 반면 서바릭스는 2가 백신이지만 예방효과 기간이 더 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GSK의 서바릭스는 2008년 HPV 16·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2가 백신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에만 올인했다. 4가 백신인 가다실보다 예방 범위가 좁지만 항체를 생성시키는 면역반응과 면역기억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항원보강제(adjuvant)인 ASO4를 첨가해 높은 항체가와 지속성을 보인다.

항체가가 높을수록 예방 효과가 강하고 오래 유지된다는 의미다. HPV는 인체자연면역체계를 빠져나가는 까다로운 바이러스로 HPV백신은 적절한 항체를 높은 상태로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존 항원보강제(알루미늄염)과 차이를 둔 AS04면역보조제는 항원-항체 반응이 더 수월히 이뤄지도록 돕는다. 이때 유도되는 T세포 반응이 달라지고 항체역가도 더 높여준다. 또 많은 기억B세포를 생성한다. 기억B세포는 인체가 잠재적으로 해로운 병원체에 최초 노출될 때나, 추후 해당 병원체에 노출될 때나 항체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GSK 연구팀은 2014년 9~14세 여아를 대상으로 서바릭스 2회씩 접종 후 12개월 뒤 항체를 조사한 결과 가다실보다 4.96배 높은 항체가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곤지름 유발 바이러스 막아 성병 노출 줄이는 ‘가다실’

MSD의 가다실은 2007년 HPV 16·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HPV 6·11형에 의한 생식기사마귀(곤지름)를 예방하는 4가 백신이다. 이를 접종하면 10년 동안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15년에 가까운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가다실은 HPV 16형과 18형을 98% 이상 차단하며, 생식기 사마귀의 주요 원인인 6형과 11형을 90% 이상 막는다. 곤지름을 예방하는 효과가 추가돼 서바릭스보다 조금 비싸다.

MSD는 2008년 16~26세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에서 가다실이 HPV로 유발되는 생식기사마귀·항문암·음경암 등 외음부 병변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남자아이에게 가다실을 주사한 뒤 여성의 곤지름 발현이 줄었다는 데이터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항문암을 78%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돼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다실의 항문암 예방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했다. 남자아이가 접종받으면 여성의 성병을 줄여주는 데 유리하다.

서바릭스, 자궁경부암 전단계 CIN3 단계 100% 커버
저위험군 바이러스까지 93% 차단 ‘안심’

단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서바릭스가 유리하다. 자궁경부암 직전 단계인 이형성증 단계까지 90% 이상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나 질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은 암 자체로 악화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경증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인 CIN1 단계, 중등도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인 CIN2, 암으로 가기 직전단계의 CIN3로 나뉜다.

CIN1이나 CIN2로 판정되면 대부분 전기·고주파·레이저로 자궁경부 병변을 파괴시키는 자궁경부소작술이나 열응고술, 원추절제술 등을 시행한다. CIN3 단계에서도 제때 치료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이 중 CIN3는 자궁경부암 발생 바로 전암 단계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볼 수 있다. 서바릭스는 HPV 16·18형과 관련된 CIN3에 100% 예방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HPV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자궁경부암 전 단계(CIN3)에 93%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외에도 저위험군 바이러스까지 차단하는 셈이다.

GSK HPV백신 총괄 수석연구원 마틴 라이서 의학박사는 “서바릭스는 납득할 만한 비용효과성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 예방 측면에서는 서바릭스의 ‘가성비’(가격대비성능)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취재/글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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