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심벌에도 ‘암’이? … 젊은 남성일수록 고환암 자가진단 생활화

  • 입력 2016년 4월 18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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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세 호발 … 완치율 높지만 정신적 상실감 무시 못해

남성의 자신감의 원천이라고들 일컬어지는 부위는 ‘고환’이다. 하지만 정작 고환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원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남성성을 지켜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

고환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평소 건강할 수 있도록 돌봐줄 필요가 있다. 최악의 경우 암이 생길 수도 있지만 고환암은 어딘지 생소한 암종으로만 느껴진다.

고환암은 대개 15~35세 젊은 남성에게 호발한다. 축구선수 아르연 로번, 싸이클선수 랜스 암스트롱 등도 고환암을 극복했다. 전체적인 환자 수는 극히 적지만 젊은층에서의 발병률이 상승세에 놓인 추세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50년 전에 비해 고환암 환자 발병 정도는 2배 가량 늘었다. 호주는 4월을 고환암(Testicular Cancer)의 달로 정하고 마치 여성이 유방암 자가검진을 하듯 남성도 스스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조기발견하면 95%의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환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2014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 국내 암 발생건수 22만4177건 중 고환암은 243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1%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0.5건으로 미국(인구 10만명당 5건) 등 서구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다.

최우석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고환암은 일반인에게 낯설지만 다행히 치료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유용한 종양표지자가 밝혀졌고, 항암화학요법의 효과가 우수해 완치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환에 생긴 암은 매우 빨리 자라는 성질을 갖고 있어 고환이 몇 주 사이에서 급격히 커지면서 대부분 초기에 암을 발견하게 된다. 고환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종자세포종양(germcell tumor)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선천적인 요인 중 가장 흔한 위험인자로 ‘잠복고환’(cryptorchidism)을 꼽는다. 잠복고환은 어릴 때 발달과정에서 고환이 복강 내에 생긴 뒤 서서히 음낭으로 내려오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고환이 음낭까지 오지 못하고 복강이나 사타구니 등에 머무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 고환이 점차적으로 변성돼 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잠복고환은 종자세포종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정상피종과 관련이 깊고 고환암 발생 위험을 4~6배 정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잠복고환교정술을 받으면 위험도가 2분의 1~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지지만 여전히 일반인보다 암 발병 확률이 높다.

고위험군에 속한 남성, 평소 자가검진 시행할 필요

고환암 과거력 및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아버지나 형제 중 고환암 가족력이 있거나, 고환에 외상을 입었거나, 어머니가 임신기간 중 여성호르몬을 투여했거나, 고환이 위축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됐거나, 볼거리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등이 후천적 발병요인으로 꼽힌다.

직장인 한모 씨(39)의 경우 최근 5년 전 아버지가 고환암으로 타계한 뒤 자신도 같은 암으로 확진됐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머니가 알면 충격받을 게 뻔해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초기에 발견됐다고는 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씨처럼 고위험군에 속한 남성은 조기발견을 위해 매달 ‘고환자가검진’을 시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선천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 사춘기 무렵부터 시작할 것을 권장된다. 음낭이 커졌거나 내부에 딱딱한 종물이 만져진다면 병원을 찾는 게 최선이다.

최 교수는 “고환암은 대개 무통성 혹이 만져지는 것으로 진단된다”며 “간혹 하복부나 항문, 음낭에 통증 및 무거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끔 자신의 고환을 만져보고 커지거나 딱딱해졌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조기검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임신테스트기로 고환암 진단? … hCG분비하는 유형 전체 15~20%밖에 안돼

몇 년 전 미국 소셜뉴스 사이트에서 ‘임신진단 테스트기를 장난삼하 해봤더니 양성이 나온 덕분에 고환암을 발견하게 됐다’는 내용이 화제가 되며 남성들이 호기심에 임신테스트기를 구입하던 사례가 있었다.

임신진단 테스트기는 수정된 지 약 7~10일 후부터 분비되는 사람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CG)을 소변으로 확인, 임신 여부를 알려준다. hCG는 임신한 여성들에게서 상승되는 소견을 보이지만 드물게 남성들 중에서도 수치가 높아지는 병리적 상황이 존재하며 대표적인 예가 고환암이다.

하지만 모든 고환암이 hCG를 분비하는 것은 아니므로 굳이 진단 목적으로 굳이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hCG를 분비하는 유형은 정상피종의 15~20%뿐이다. 최우석 교수는 “hCG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고환암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암이 있어도 hCG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남성들의 임신진단테스트기 사용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환암 발생이 염려된다면 고환암의 위험요인과 자가검진법을 숙지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자가진단 등으로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등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면 음낭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실시한다. 초음파에 고환 속 혹이 발견되면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치료는 '고환절제술' … 필요한 경우 보형물로 기존 모양 복원

고환암을 확실히 치료하는 것은 ‘근치적 고환절제술’(radical inguinal orchiectomy), 즉 고환적출술이다. 1차적으로 고환을 제거하고 암의 종류와 병기 등에 따라 추가적으로 항암화학요법와 방사선치료을 시행한다. 병기는 암이 고환에만 국한된 1기, 복강내 임파선으로 전이된 2기, 다른 신체기관으로 전이된 3기·4기 등으로 나뉜다.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해 1시간 이내에 끝나고 입원기간도 짧은 편이다. 다만 고통과 후유증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고환암 생존자들은 오랫동안 정신적 피해로 괴로워하고 있다. 한 씨도 “아버지는 처음에 고환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셨던 것 같다”며 “남성으로서 수치스럽다고 여겼는지 처음엔 자신의 암종을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고 회상했다.

젊은사람일수록 생식 문제와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다. 앞으로 결혼이나 연애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머리가 아프다. 환자 대부분이 15~40세인 것을 감안했을 때 환자 중에는 자녀를 갖기는커녕 아직 성관계 경험이 없는 환자도 있어 고민이 심각하다.

이영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암수술 후 보통 3개월 이내의 항암치료를 시작하는데, 환자 연령대가 젊다보니 힘든 항암치료를 비교적 잘 견뎌낸다”며 “치료 효과도 아주 좋은 편이라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받았더라도 2~3 년 뒤에는 남은 한쪽 고환으로 아이를 갖는 데 이상이 없는 수준으로 고환 기능이 회복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소개된다. 주인공 미란다의 남자친구 스티브는 고환암으로 한쪽 심벌을 적출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임신 문제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지만 미란다는 바로 임신, “외고환으로 임신될 줄 몰랐다”며 당황하는 에피소드가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드물게 치료 후유증으로 정자 생성에 악영향을 받아 불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암치료 시작 전 정자를 냉동보관하는 등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수술 후 한쪽 고환을 제거한 게 콤플렉스가 된다면 보형물 등을 삽입해 모양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고환암은 치료 후 2~3년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한 씨의 아버지도 적출수술 후 완치된 줄 알았지만 이내 재발해 돌아가신 경우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정기적으로 의사의 검진,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재발한 경우 30~50% 정도에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이영훈 교수는 “청소년기를 지난 남자들이라면 정상적인 고환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야 한다”며 “고환암을 이기는 방법은 조기 발견뿐”이라고 강조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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