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내내 생리한 이유, 알고보니 과도한 ‘윤곽주사’

  • 입력 2016년 2월 29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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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성분, 지방조직 녹이는 효과로 윤곽주사 인기 성분
과도하면 배란장애로 부정출혈 유발

웹디자이너 진모 씨(26)는 이달 들어 생리를 두 번이나 해 몸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산부인과 검진을 받았지만 다행히 특별한 문제가 없는 ‘부정출혈’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문제는 미용치료였다. 최근 얼굴
을 작게 만들어준다는 ‘윤곽주사’를 맞았던 게 화근이었다. 윤곽주사 속 스테로이드 성분이 월경주기를 바꾸거나 배란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20대 중반에도 젖살이 빠지지 않은 듯 통통한 얼굴이 고민이던 진 씨는 주사만으로 얼굴을 갸름하게 해준다는 윤곽주사를 받기로 결심했다. 처음 시술받은 당일 얼굴이 조금 붓는 것 말고는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었고 3일째를 기점으로 얼굴이 작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윤곽주사를 맞고 5일 뒤부터 하혈을 시작했다. 단순히 생리가 앞당겨진 줄로 알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1주일 정도 하혈한 뒤 3일을 쉬고 또 생리가 시작돼 혹시 부인과 질병이 생겼는지 마음을 졸였다.

이처럼 윤곽주사를 맞은 뒤 생리주기가 바뀌거나 심한 경우 1개월 내내 생리를 한다는 여성이 적잖다. 피부과, 성형외과, 미용클리닉 등에서 윤곽주사를 맞기에 앞서 설명한다고는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윤곽주사 속 스테로이드 성분은 부정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곽주사는 정해진 특정 성분을 병원마다 동일하게 쓰는 게 아니고 병원마다 재량껏 한두 가지의 스테로이드와 부성분 약물 등 다양한 약물을 배합해서 조제된다. 병원마다 윤곽주사가 존재하지만 성분과 배합 비율은 제각각이라 병원만의 ‘시크릿 레시피’로 볼 수 있다. 주로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성분(스테로이드, 히알라제, 리도카인)과 피부재생을 돕는 성분 등이 들어 있다.

최근에는 약간의 희석된 스테로이드성분의 주사액을 혼합해 사용하는 게 대세다. 스테로이드 성분으로는 주로 트리암시놀론, 덱사메타손 등이 쓰인다. 스테로이드는 적절하게 쓰면 좋은 약이 될 수 있지만 과량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 여기에 마취제인 리도카인, 히알루론산 분해제인 히알라제 등을 배합해 칵테일치료를 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호르몬제제로 적정량을 제대로 쓰면 지방을 분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트리암의 경우 여드름 치료에서 염증치료 주사제로도 널리 사용되는 성분이다. 또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염증을 완화시키는 일명 ‘뼈주사’로도 쓰인다. 또 피부과 등에선 켈로이드나 단단한 흉터, 흉살을 치료하는 데 흔하게 쓰인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산부인과에서도 제왕절개 흉터를 개선할 때 트리암 등 스테로이드제를 활용하는데, 주사한 뒤 병변이 물렁해지며 흉터가 옅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트리암은 1바이알에 약 2㏄가 들어있으며 제왕절개 흉터에 쓸 때에도 한 앰플을 다 활용하진 않고, 서서히 줄여쓰는 게 원칙이며, 과용하다간 움푹 패이는 현상 나타나기도 한다.

트리암의 가장 큰 부작용은 피부 함몰로 싱크홀처럼 움푹 패이는 현상이다. 히알루론산만 선택적으로 녹이는 히알라제와 달리 트리암은 지방, 진피층 등 정상조직까지 녹일 수 있다. 이런 경우 회복이 돼도 아주 더디게 이뤄진다. 이미 피부조직이 패인 경우 필러 등을 활용해 채워주기도 하지만 시간이 약인 경우가 허다하다. 피부가 얇다면 스테로이드 성분을 배합하지 않는 게 좋다.

덱사메타손도 같은 합성 스테로이드제로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을 분해하지만 얼굴 윤곽을 변화시킬 정도로 지방을 충분히 분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얼굴 윤곽주사에선 트리암시놀론보다 덜 쓰인다.

이들 스테로이드 성분을 윤곽주사에 고용량으로 배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생산이 억제돼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 결국 배란장애가 유발되고 부정출혈, 생리불순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윤곽주사는 한 번 주사할 때 10~30㏄ 주입된다. 김태준 원장은 “윤곽주사를 맞은 뒤 부정출혈이 생기는 정도면 꽤 고용량이 들어간 것으로 유추된다”며 “스테로이드는 적절히 사용하면 좋은 약이지만 미용 목적으로 과도하게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윤곽주사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일부 의사들이 윤곽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고용량을 쓸 때 유발된다”며 “치명적인 독소인 보톡스도 극미량을 희석해 쓰면 좋은 치료제가 되는 것처럼 적절한 양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면윤곽주사 부작용을 줄이려면 장기적이거나 반복적인 시술을 피하고, 주사 성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며 “스테로이드는 일종의 호르몬제제로서 임신을 준비하거나, 생리나 배란이 불규칙한 여성은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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