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호 김수석 편집장의 말, “너의 마음 십분 이해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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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쉬는 시간은 10분이었고, 군에서 고된 훈련을 견뎌내며 기다리던 말 역시 “10분간 휴식!”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10분이며 심장이 멈춰서 완전히 숨을 거두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10분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10분이 있고 힘이 들 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쉼표의 시간도 10분이다. 기대감이 실망과 짜증스러움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10분이다.

10분,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무엇을 하기에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다. 미국 제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는 인생의 10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했다. 하루에 10분간 영단어를 10개씩 외운다면, 3,650개의 단어가 된다. 물론 기억나는 단어보다 까먹는 단어들이 더 많겠지만.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으면서 크건 작건 나름의 결심과 계획들을 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설날을 맞아 그 결심을 다시 되새기며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할 시간이 왔다. 우리는 대대로 음력설을 지내는 나라였으니, 이제부터 진짜 새해가 아니겠냐며.

건강·라이프 매거진의 편집장이지만, 건강도 삶의 질도 별 볼 일 없어 항상 이맘때면 좀 더 건강하고 멋진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얼마 못가 ‘결심이라도 하는 인생이 결심도 없이 사는 인생보다 멋진 거 아니겠냐’며 스스로 위로한다.

사실, 결심이라는 건 계획을 세울 때는 멀리 봐도 실천은코앞을 봐야 이행하기가 쉬울 때가 많다. 한꺼번에 많은 걸 생각하면 이행하기 어렵고 내 앞에 닥친 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해가다 보면 예상외로 일이 쉽게 풀릴 때가 많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회원권을 끊고 건강식품과 레포츠 장비들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사실 건강한 습관이라는 게 꼭 그렇게 돈을 들여 거창한 무언가를 준비해야 시작되는 건 아니다.

작년 건강이슈 중의 하나가 한국인의 70% 이상이 비타민D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아이들은 성장에 문제가 생기고 노인들은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 더불어 암, 심장병, 당뇨병같은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도 커지게 된다. 그런데 비타민D를 식품이나 약품으로 섭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날씨 좋은 날 하루 1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다.

성인 3명 중 1명이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한 시간에 10분 정도 창밖의 먼 곳을 보거나 쉬어주기만 해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리고 하루 10분씩만 꾸준히 걸어도 혈관 및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우리가 정서적으로 부딪히는 갈등들, 갈수록 상식을 넘어서는 사건·사고들도 10분의 인내가 부족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너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 등에서 쓰이는 십분(十分)은 부사로, ‘아주 충분히’라는 뜻이다. 여기서 분(分)은 1/10, 즉 ‘열 개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라는 뜻으로, 분이 열 개가 모이니 온전한 전체가 된다.

하지만 사실상 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100%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대신, 10분이라도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좀 더 유연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10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아주 충분한’ 시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10분을 이해해야 한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김수석 객원기자(kss@eg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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